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김중남) 조합원들은 21일 오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 도로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김중남 위원장은 "유정복 장관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고 해직자를 복직시켜야 한다"며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해직공무원 복직과 노조 설립신고에 관해 대화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농성 과정에서 김 위원장을 포함해 조합원 49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여성조합원 1명은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대정부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1월15일부터 2월7일까지 24일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이후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에서 정부 책임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국회가 움직이지 않겠냐"며 "국회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에 노조 인정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인정과 해직자 복직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론화는 대체로 무르익은 편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정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조합 관련 해직 및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복권에 관한 특별법'은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된 바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홍영표 의원이 '노동조합 관련 해직 및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의 복권에 관한 특별법(해직공무원복직특별법)'을 발의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직공무원복직특별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이 넘는 여·야 의원 154명이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은 올해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상임위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반대가 너무 심해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국회가 정부 핑계를 대는 한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회가 좀 더 강하게 쟁점화시켜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정부가 특별법을 대체할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6월 임시국회에서 해직공무원복직특별법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도 국회 논의에 힘을 싣기 위해 국회 밖에서 지원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부는 노조 조합원에 해직자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신고를 세 차례 반려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직된 조합원은 135명이다. 노조는 6월 임시국회 개원에 앞서 이달 27일 네 번째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다. 정용천 노조 대변인은 "해직공무원복직특별법은 여야 의원 154명이 동의를 했는데도 정부 반대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라며 "국회는 보다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특별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명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노조 가입범위를 확대하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 의원은 개정안에서 6급 이하 소방직공무원의 노조가입을 허용하고, 대통령령에 위임된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공무원의 범위를 '행정기관의 이익을 대표해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한 의원은 "모호한 업무총괄자 규정이 노조의 단결권을 훼손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받아들이고 공무원들의 단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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