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70% 달성을 전면에 내건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공약에 구체적인 실행시나리오가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권 초기 노사문제에 소위 ‘허니문’은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노동부문 주관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신임 장관이 고용정책과 노사정책을 설계할 때 이러한 빈틈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4일 열리는 방하남 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2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신임 고용노동부장관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환경노동위원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했다.

"청년-고령자 일자리 질 높이고, 소득분배 공정하게"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발제한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5년간 270만명, 매년 54만명꼴로 취업자가 늘어나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과 시나리오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취업자가 연평균 25만명 가량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 정권보다 두 배 이상 취업자 규모를 늘리겠다는 구상인데, 어디에서 어떻게 늘리겠다는 종합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 노동시간단축과 공무원의 단계적 증원을 공약했지만 그 정도로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률과 고용의 질이 모두 낮은 취업취약계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청년층 고용률은 23.1%로 장년층(74.4%)·고령자(62.1%)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청년층 평균 고용률인 39.5%보다도 낮다. 이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당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뺑뺑이'를 돌거나, 취업을 유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청년과 대졸여성의 고용률 제고는 고용의 질을 높여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공공부문에서 청년고용할당제를 시행하고, 현재 1만여명 규모로 제시되고 있는 공무원 증원 규모를 적정한 추계를 통해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자리의 질은 고령자 취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50~60대 취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생활 은퇴시점과도 맞물린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집에서 노느니 뭐라도 하자는 식으로 일자리를 찾아 집 밖으로 나오는 고령자가 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새 정부의 정책적 보완을 요구했다.

고용의 질을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인 임금과 관련해 노동자들에게 적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은행 등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합계는 평균 7.7% 상승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노동자들의 임금은 평균 4.6% 오르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나은 5인 이상 상용직의 평균 임금인상률도 5.8%에 그쳤다. 임금인상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임금노동자가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소득의 증가와 내수의 발전이 선순환하는 성장모델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노사갈등 요인 산적, 통상임금·노동시간 관련분쟁 증가 예상"

노사관계의 주도권이 사용자 쪽으로 넘어가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정규직 역시 생산성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는 노사 간 역관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환위기를 거치며 고용문제가 악화된 뒤 노조들은 적극적으로 임금인상을 외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집단적 노사관계는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노사관계에서 고용노동부장관의 역할과 과제’를 발제한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정부는 최근 노사분규 발생빈도가 줄어드는 것만 보고 노사문제에 대한 정책비중을 줄여 가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며 “정권교체기에 노사문제에 대한 허니문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장 단위 파업건수는 줄고 있지만 파업 지속일수가 길고, 노사가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면서 교섭비용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졌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파업이 이어졌고, 배달호 두산중공업노조 조합원과 김주익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노사분규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제기하며 목숨을 끊어 그해 노사관계가 격동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는 한나라당이 원내 다수를 점하며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이 모두 보수정권에 이양되는 양상이 전개됐다. 그럼에도 노사관계는 안정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촛불집회가 벌어졌고, 노동자들의 ‘쇠고기 파업’으로 이어졌다.

산적한 노동현안을 감안할 때 박근혜 정부 노사관계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성국 대표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공무원 등 해직자 문제,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등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온 노동현안이 즐비하다”며 “과거 정권교체기의 양상을 고려할 때 올해 노사분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사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통상임금 소송과 올해 완성차업체의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맞물린 노동시간단축 논의도 분쟁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최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3천억원대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500억원)·현대로템(120억원)·S&T중공업(100억원)·두산모트롤(10억원) 등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막대한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전체 통상임금 소송 규모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함께 완성차업체의 영향력 아래 있는 부품사들의 교대제 개편 준비 정도가 부족해 새로운 분규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박 대표는 “통상임금이나 교대제 문제는 결국 비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갈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집단적 노사관계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박근혜 정부가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동자 외침에 귀 기울여야 … 사회적 대화 강화"

이날 토론회에는 양대 노총 등 노동계 관계자들도 참여했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은 “국민행복시대를 말하려면 지금 벼랑 끝에서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우선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새 정부와 신임 노동부장관은 노동자들의 외침을 경청하고,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는 노동 중심의 고용노동정책이 필요하다”며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제고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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