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엠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이전부터 통상임금 문제에 관해 사전에 교감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글로벌기업이 자사의 경영·생산전략을 한국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국내 대법원 판례마저 뒤집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민기)에 따르면 대니얼 애커슨 지엠 회장은 이달 1일 디트로이트 지엠 본사에서 진행된 민기 지부장과의 면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상임금 소송 문제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 지부장은 한국지엠의 생산계획과 관련한 지엠 본사 경영진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을 방문했다.

면담 자리에서 애커슨 회장은 지부 관계자들에게 통상임금 문제뿐 아니라 일본의 엔저공세에 따른 애로점, 한국 노사관계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에게 8일(현지시간) 했던 말과 비슷한 내용이다.

지부 관계자는 “애커슨 회장이 그 말을 할 때까지만 해도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을 대통령 면담 자리에서 언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애커슨 회장이 지부에 미리 밝힌 것에 비춰 볼 때 지엠의 주장이 사전에 한국 정부에 전달되고, 정부도 미리 답변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노동부는 애커슨 회장과 박 대통령의 대화가 국내에 전해지자마자 노동계·경영계와 사전협의도 없이 통상임금 산정범위 설정을 위한 노사정 대화 계획을 언론에 흘렸다.

이와 관련해 한국지엠측은 올해 2월 생산물량 해외이전에 따른 고용보장을 위해 특별단체교섭을 하자는 지부의 요구에 대해 통상임금과 주간연속 2교대제를 언급하면서 “한국이 고비용 국가에 진입했다”며 거절했다. 자본철수를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애커슨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한국투자와 엔저 문제, 통상임금 문제를 함께 언급한 것도 통상임금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노동시장 전문가는 “국내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는 지엠의 전략에 정부는 맞장구를 치고, 노동계는 넋 놓고 당한 꼴”이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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