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기 한국 경제민주화와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부에서 노동자가 누리는 몫을 늘리는 데 있다. 노동자의 주머니로 더 많은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돈은 노동자의 손에 직접 쥐어지는 보수이거나, 복지 같은 사회임금일 수도 있다. 사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부차적이다.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사회경제적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은 정규직의 몫을 줄여서 비정규직에게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줄어든 정규직 몫이 비정규직에게 흘러가는 시스템의 존재 여부도 의문이거니와 문제의 본질은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 자체가 적은 데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에 의한 과도한 비정규직 착취,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가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이다. 사안과 경우에 따라 비정규직을 위한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규직의 양보보다 시급한 과제는 노동자계급에 대한 자본가계급의 양보를 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와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미국 노동부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일부”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위한 양보에 대단히 인색하다. 이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 논쟁에서도 잘 드러난다. 근로기준법을 만든 입법자들의 뜻은 정기상여금을 정상적인 임금으로 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의 정신은 산업현장과 일터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다.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지불한 상여금을 정상적인 임금의 범주, 즉 통상임금(normal wage)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연장·야간·휴일 수당, 연차유급휴가 수당, 출산전후휴가 수당 따위의 계산이 왜곡됐고,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노동자 임금이 자본가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갔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은 근로기준법의 상식적인 이치를 뒤늦게 확인해 준 것임에도 미국 자본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론화’ 발언으로 부적절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상여금이 정상적인 임금의 일부라는 것은 국제적인 상식이다.

“고용협약에 의해 특정 시기에 지급하도록 명시된 보너스는 노동자 총수입의 일부에 포함된다. 보너스 지급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느냐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연차유급휴가 계산의 기초가 되는 ‘노동자 총수입’에 무엇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뉴질랜드 고용부의 답변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영국 대법원은 휴가임금(계산)에 기본급은 물론 비행수당 등 조종사가 받는 보수의 모든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연차휴가 동안 조종사는 기본급뿐만 아니라 자신의 고용계약에 따라 실행할 것을 요구받는 업무 성과에 고유하게 연결되고, 금전적 액수의 측면에서 자신의 전체 보수 계산에 포함되는 모든 요소들, 또한 조종사로서 자신의 개인적·직업적 지위와 관련한 모든 요소들을 누릴 권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발언을 한 GM 회장의 나라 미국은 어떨까.

“근로기준법(FLSA)은 일부 예외를 빼고는 연장근로를 계산할 때 지급된 상여금을 노동자의 통상임금(regular rate of pay)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연장근로 임금 계산에 대한 미국 노동부의 입장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노동자 보상보험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임금기준에도 보너스를 포함시킨다.

'임금주도 성장전략' 필요

2007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임금주도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친노동 분배정책을 추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노동 분배정책은 국민소득에서 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사회보장제도 강화·노동법 개정·임금인상·단체교섭 강화를 통해 실질임금 증가·국민소득에서 임금비중 증가·임금격차 감소를 추진하는 것이다(Marc Lavoie와 Engelbert Stockhammer의 <임금주도 성장론: 개념, 이론 및 정책>, <국제노동브리프>, 2012년 12월호).

임금인상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을 포함한 임금범주 확대 논의는 그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가 임금체계 개선과 단체교섭 확대, 그리고 사회복지 강화라는 ‘임금주도 성장전략’의 연결 고리가 될 때 경제민주화 실현과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