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는 18일 오후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특별교섭 재개와 기아차 광주공장 신규채용 중단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분신자살을 시도한 가운데 현대자동차에 국한됐던 불법파견·사내하도급 논란이 기아자동차까지 번질지 주목된다.

금속노조는 18일 오후 기아차 광주공장 사내하청 조합원 분신사태와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파견 특별교섭 즉각 재개와 정규직화, 신규채용 잠정 중단을 현대·기아차에 촉구했다. 노조는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사내하청분회 간부가 분신을 시도한 노조 기아차지부 광주지회는 특별교섭이 열리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불법파견 없는데 왜?”

노조가 요구한 특별교섭 재개에 대해 현대·기아차측은 거절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와 현대차비정규직지회가 최근 특별교섭 재개 원칙에 합의했고, 윤갑한 사장도 최근 교섭재개를 요청했다. 현대차 노사가 진행 중인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 따른 휴일특근 협상과 노사협의회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교섭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아차다. 교섭재개에는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현대차와는 달리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불법파견 판결이나 판정을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내하청의 정규직화에 대해 회사측이 적극성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 노무담당자는 “불법파견 사례가 적발된 적이 없고 현대차 공장에 비해 기아차 공장이 원·하청 공정분리가 잘돼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를 한꺼번에 불법파견 사업장으로 규정하는 노조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기아차는 지난해 8~12월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을 위한 원·하청 노사 특별교섭을 다섯 차례 진행했지만 별다른 쟁점을 만들지 못한 채 중단된 상태다.

사내하청 정규직화에 앞서 노조나 기아차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기아차 광주공장 신규채용을 사내하청에 최대한 개방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철 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사가 특별교섭을 통해 사내하청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기아차 광주공장 신규채용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서류전형이 마무리돼 당사자들에게 합격통보가 갔는데, 이를 중단하거나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채용을 진행했는데 이를 중단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밝혔다.

법원 등의 불법파견 사례가 없는 기아차가 현대차처럼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신규채용을 약속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내하청 정규직화 논의 장기화할 듯

현대·기아차의 특별교섭이 재개된다면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 진행된 내용의 연장선상에서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규모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아차는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인 광주공장 신규채용과 관련해 사내하청에 어디까지 문호를 개방할지를 놓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는 별도로 사내하청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기아차지부는 이날 광주공장에서 밤늦게까지 임원회의를 열어 광주지회의 전면파업 여부 등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전략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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