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사고의 배경에 정부의 형식적인 안전점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은 고용노동부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의 공정안전관리(PSM) 점검대상 사업장이다. 하지만 1년에 한 번 진행되는 점검에서 안전조치를 어긴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시정지시나 과태료 처분 같은 가벼운 행정제재를 받는 데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이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림산업, 산안법 1천2건 위반=노동부는 지난달 14일 폭발사고를 낸 대림산업 여수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1천2건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대림산업 여수공장에 특별감독관 20명을 투입해 감독을 벌인 결과다.

특별감독 결과 대림산업 여수공장은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특히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을 때 총 도급단가의 0.8%를 안전보건관리비로 계상해 반영해야 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대림산업은 시설보수 등 132건의 공사에서 하청업체에 안전보건관리비 7억7천8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자격자에게 안전관리업무를 맡겼다.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하지 않았고, 분기별 1회 이상 열어야 하는 원·하청 합동 안전보건점검도 형식적으로 개최했다.

이 밖에 화학공장설비 용접 작업자를 업무에 투입하기 전에 2시간 실시해야 하는 특별안전보건교육을 1시간으로 줄여 시행하거나,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비상조치요령 등을 알려 주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1천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건수 가운데 442건에 대해 사업주를 사법처리하고 대림산업에 8억4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태료의 대부분은 하청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안전보건관리비 7억7천800만원을 물어주라는 것이다. 노동부는 또 안전조치가 미비한 기계·기구 15종은 바로 사용중지 조치하고, 개선이 필요한 784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고발생 직후 공장에 내렸던 작업중지 명령은 위험조치가 개선되기 전까지 해제하지 않을 방침이다.

◇요식행위에 불과한 PSM 점검=이처럼 하청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방기해 온 대림산업은 노동부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중방센터)의 공정안전관리(PSM) 점검대상 사업체다. PSM 점검은 유해·위험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정기점검의 성격을 띤다. 해당업체가 사업장 안전조치를 담은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하면 노동부장관이 심사해 등급을 매긴다. 심사 결과 각 업체는 P·S·M+·M- 등 4개 등급으로 차등 관리된다. 대림산업은 2번째 등급인 S등급이다. 올해부터 PSM 등급관리 기준이 완화돼 대림산업의 경우 지난해까지 1년에 한 번씩 받던 점검을 올해부터는 2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된다.

공정안전보고서 실질심사에는 중방센터 소속 기술원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해당 기업이 공정안전보고서 내용을 지키지 않더라도 시정지시나 1천만원 이하 과태료 같은 미미한 수준의 행정처분이 기다릴 뿐이다.

중방센터가 진행하는 안전점검도 부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은 “중방센터 사업장 안전점검시 전문기술을 가진 기술팀의 참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호남권은 기술팀 참여비율이 50%, 충청권은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공무원 인력부족 문제가 산업안전 점검 부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노동계 "원청업체의 살인, 법집행 엄정히 하라"=문제는 또 있다. PSM 점검이 원청업체 사업장 정상가동 시기에 이뤄지면서 하청노동자들이 점검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해·위험업무가 하청업체로 외주화되고, 최근 발생한 중대 산재사고가 주로 원청 사업장의 설비·보수 시기에 집중되는 현실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점검 자체가 대기업 봐주기 식 요식행위로 흐를 여지가 크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2008~2011년 노동부가 실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점검에서 90% 이상의 사업체가 법을 위반했지만 이들이 지불한 평균 벌금은 95만5천원에 불과하고,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발생한 사망재해 1천298건 중 노동부가 사업주 구속기소 의견을 낸 건은 하나도 없다”며 “이런 형식적인 점검의 되풀이야말로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고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할 안전보건관리비를 떼먹은 것은 이번 사고가 원청업체에 의한 살인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며 "노동자 살인기업과 사업주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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