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던 수도권 최대 규모 케이블방송사 씨앤앰의 22개 협력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씨앤앰과 협력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협력업체는 직원들에게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등 노조가입 확산 차단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지부장 김영수)는 19일 "본사(씨앤앰)와 협력업체들이 노조 결성에 당황하고 있다"며 "매각을 추진 중이라서 그런지 3년 전 씨앤앰에 정규직노조가 만들어졌을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씨앤앰은 지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부가 단체행동에 나설 경우 매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지부가 지난 13일 창립총회를 열고 18일 각 업체 앞에서 퇴근 선전전을 벌이는 등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몇몇 업체들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에 따르면 강동지역의 A업체는 사장과 팀장들이 각각 "노조에 가입하면 해고하겠다", "노조에 가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진해서 그만두라"는 엄포를 놓고 있고, 심지어 업무용 차량에 부착된 GPS 기록을 조회해 직원들의 퇴근 후 동선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지역의 B업체는 총괄부장 명의로 전 직원에게 "현재 씨앤앰 노조원들이 씨앤앰 매각과 관련해 우월적인 위치를 확보하고자 세를 불리고 있다"며 "현재의 노조는 자신들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파트너사 직원들을 동원시키려 하니 이에 흔들림 없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합시다. 최아무개 드림"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지부 관계자는 "최씨가 직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노조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고, 지부 사무국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타 업체 직원들의 노조가입을 회유했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기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C업체 대표는 케이블 설치담당 기사들에게 "노조가입을 하면 일을 안 주거나 업체를 날려 버리겠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업체는 노조가입이 확인됐다는 이유로 A/S 업무 기사를 공사팀으로 전직명령을 내렸다가 지부가 항의하자 철회하기도 했다.

지부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 관리자와 업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불사할 것"이라며 "노조와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면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일부 업체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부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창립 전 130여명이던 조합원이 일주일도 안 돼 250여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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