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자살한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아무개씨의 휴대폰 유서. 금속노조

대통령선거 직후인 지난 21일과 22일 두 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숨진 노동자들은 수년간 회사를 상대로 정리해고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친 노동조합 활동가였다. "정권이 바뀌면 좋아질 것"이라며 노조탄압과 생계난으로부터 자신을 지켜 온 이들은 열흘도 남지 않은 2012년을 죽음으로 마무리했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직차장 최아무개씨가 지난 21일 오전 8시30분께 부산 영도구 봉래동 한진중 영도조선소 4층 노조사무실 내 높이 1.8미터의 비상용 완강기에 스카프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향년 34세로 생을 마감한 그는 부모님과 부인, 두 명의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해 2월24일 정리해고된 뒤 1년9개월 만인 올해 11월9일 재고용됐다. 그런데 회사측은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고인을 포함한 노조간부들은 회사로부터 15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 압박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9일간 고공크레인 농성을 벌이고, 조남호 한진중 회장이 1년 안에 정리해고자들을 재고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중공업 사태’는 그 뒤로도 계속 노동자들의 목을 조여 왔다.

고인은 자필유서와 휴대폰 메모 유서를 남겼다. 고인은 유서에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고 썼다.

고인의 빈소는 부산 영도구 대교동 구민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한진중공업지회 등으로 구성된 ‘최○○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유족과 협의한 끝에 발인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자 이아무개씨도 지난 22일 오후 울산 동구 방어동 자신의 아파트 1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향년 42세로 세상을 등진 고인은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설립에 참여한 뒤 노조간부로 활동하다 그해 하청업체에서 해고됐다.

이후 7년간 택시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한 고인은 해고 후유증으로 최근까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당일에도 병원 진료를 받았고, 주말이 지나면 입원할 예정이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고인은 대선 이후 한진중 노동자의 자결소식에 매우 괴로워했다”며 “노동자들이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정부와 회사는 무엇을 했나”고 애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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