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영계를 대표해 대리전을 치렀던 기아자동차 노사는 최근 노동부의 타임오프 고시를 준수해 유급 전임자 21명을 두고, 별도의 무급 전임자 85명을 인정하는 데 합의했다. 무급 전임자의 임금은 올해 신설된 ‘보전수당’으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면합의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노동계에게 기아차의 합의는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타임오프 합의를 앞둔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유사한 합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금까지 노사의 관심은 타임오프 제도하에서 전임자를 몇 명까지 두느냐에 맞춰져 있다. 타임오프 제도는 복수노조 도입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둘러싼 13년에 걸친 논의의 결과물이지만, 정작 제도 자체를 꼼꼼히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던 셈이다. 최근 타임오프 제도 해설서 <타임오프 100문 100답>을 펴낸 <매일노동뉴스>가 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타임오프 제도 관련 노사 담당자 실무교육’을 진행했다. <타임오프 100문 100답>의 공동 저자인 박준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인재경영컨설팅)·이종수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화평)·김철희 공인노무사(법률사무소 참터)가 직접 강단에 섰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는 이날 “타임오프를 둘러싼 산업현장 노사의 갈등은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가 낮아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며 “산별노조가 안착화된 유럽에서 태동한 타임오프가 기업별노조 체제에 익숙한 우리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한국의 실정에 맞게 제도가 다듬어져야 하며, 노사가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급 전임자 인정 문제는 그동안 노사 단체 간에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다. 경영계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전임자를 인정하고 이를 운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임자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는 전임자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하도록 정부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타임오프는 이런 논란 끝에 나왔다.
현행 노조법 제24조4항은 타임오프 업무를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와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준우 노무사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업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가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정부나 경영계는 쟁의행위가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기 때문에 타임오프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건전한’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건조한’ 노사관계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수 노무사도 “정부나 경영계의 논리대로라면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는 교섭 역시 ‘불건전한’ 노조업무가 된다”며 “쟁의행위는 헌법과 노조법이 인정한 노조의 고유권한이고, 법원도 쟁의행위에 대해 단체교섭을 촉진시키는 행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7월 복수노조가 시행되면 현재의 타임오프 제도가 노-노 간 분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노동부는 현행 노조(A노조)가 타임오프 한도 내 전임자를 모두 확보할 경우 내년에 새로 설립되는 신규노조(B노조)는 전임자를 쓸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럴 경우 후발노조인 B노조는 장기간 전임자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A노조와 B노조는 분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이 노무사는 “타임오프 한도는 사업장별이 아니라 노조별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한 기업체 내 A노조의 조합원이 1천명이고 B노조의 조합원이 100명일 경우 현재는 전임자를 5명까지만 인정하고 있지만, B노조를 감안해 최대 7명까지 전임자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개선조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용자는 개인적 감정이나 노조의 투쟁성향을 이유로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 차별적 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강연회 참석자들은 임금인상과 수당 신설을 통해 전임자임금을 보전한 기아차 노사의 합의방식에 큰 관심을 보였다. 김철희 노무사는 “노조가 스스로 전임자급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조합비 인상이 필수적인데, 즉각적인 조합비 인상은 조합원들의 급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노사가 합의를 통해 조합비 인상분을 조합원의 임금인상분에 포함해 이를 지급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사용자가 노조 조합원에게 일정금액의 ‘노사협력수당’ 같은 별도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며 “수당 제도를 적용하면서 그 목적을 ‘노조와의 협력’이라고 하면 비조합원에게는 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이 급여는 조합원들에게만 지급한다’는 조항을 두는 것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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