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 KTX 승무원들이 용산역 9번 홈 앞에 섰다. 연하늘색 웃옷에 스카프를 맨 정복을 입고 있다. 이미 경찰은 열차로 향하는 진입문을 몇 겹으로 막아섰다.

하지만 승무원들도 이에 지지 않는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라는 고속철도 개통과 함게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입사한 KTX 승무원입니다. 철도공사는 입사 당시 2년 뒤에는 준 공무원 대우를 하며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노동자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해고통지를 받고 전원 해고됐습니다. 160일 넘게 힘차게 싸우고 있는 KTX 승무원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왜 싸우는지, 왜 목이 터져라 외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2시36분. 급기야 막는 사람과 들어가려는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여기 저기서 “들어가게 해주세요”, “일하고 싶습니다”는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경찰의 숨소리와 뒤섞인다. 공사에서 나왔다는 한 관리자는 “승무원 자격이 없지 않느냐”며 “입장권 구해서 손님으로 입장하든지”라며 얘기한다.

몸싸움은 5분여 동안 계속됐다.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말하던 철도공사 관계자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며 출입문을 열도록 지시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30여명의 KTX 승무원들이 6개월만에 정복을 입고 열차 플랫폼으로 내려갔다. 3시15분 용산역을 떠나 광주로가는 KTX 열차다. 의외로 승무원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다. 가볍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삼삼오오 짝을 맞춰 열차 출입문에 서서 인사도 하고 자리를 찾는 승객들의 길 안내를 한다. 아기를 안고 있는 아주머니의 짐도 들어주고 특실 서비스를 할 물품을 옮기는 일도 했다. 오가는 사람도, 인사하는 승무원들도 표정이 밝다.


“오랜만이라 떨린다”는 한 승무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6개월 동안 돌아가고 싶다고 그렇게 외쳤는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한다.

열차가 출발하기 5분 전, 3시10분이다. 곧 열차에 오를 것이다. 162일만에 오르는 열차다. “실감이 안나요. 바로 어제까지 일했던 것 같아요”라던 승무원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승무원들이 오르고 3분 뒤 KTX는 천천히 출발했다. 승무원들의 눈물섞인 봉사는 서대전 역이 끝이다. KTX승무원들 뒤에는 30여명의 ‘공안’(일종의 철도공사 경찰)도 함께 탑승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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