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인사 철회 및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며 지난 4월초 시작된 대학노조 한국외대지부(지부장 이정철)의 파업이 86일차에 접어든 가운데(30일 현재), 3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29일 ‘한국외대 노조탄압 분쇄와 장기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시키고, ‘총장 퇴진운동’을 본격화 할 것을 시사했다.<사진>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민주노총서울본부 동부지구협의회 등은 이날 오전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외대의 대학민주주의를 사수하고 노사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특히 △단협 해지 통보 △노조 탈퇴 종용 △조합원에 대한 징계 남발 △27일 발생한 보직교수들의 조합원 폭행사건 등 학교측의 잇딴 노조탄압이 지난해 11월 진행된 총장 선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재단 비리 문제로 6년간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된 한국외대는 2004년 들어 공영재단이 설립됐고, 그해 ‘재단과 노조가 학내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단협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된 총장 선거에서 재단측은 교수들로만 선거인단을 구성해 선거를 치렀고, 당시 노조는 직원과 학생의 선거 참여를 주장하며 선거 저지투쟁을 벌인 바 있다.

이와 관련 공대위는 “외대 장기파업의 근본 원인은 총장 선출에 반대했던 노조에 대한 보복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비리재단 척결, 대학평의회 건설, 공영재단 출범 등 수년간의 투쟁을 통해 일궈낸 대학민주화를 후퇴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대위는 외대지부의 장기파업 사태 해결과 더불어 현 총장의 퇴진 운동을 본격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공대위의 총장 퇴진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수년간 민주화투쟁의 주체로 활동하며 어렵게 공영재단을 출범시킨 노조가 실력행사를 통해 총장을 퇴임시킬 경우, 그동안의 투쟁 성과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정철 외대지부장은 “외대의 민주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현 총장이 퇴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대, 노조-학생회 갈등 최고조
"학생회는 왜 노조를 반대하나?"
비운동권 학생회…조직화된 노조에 대한 불만 '중첩'
파업중인 대학노조 외대지부와 이 학교 총학생회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한 불법파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 노조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내건 합법파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총학생회가 “(민주노총 등) 외부세력은 외대 내부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하면, 노조는 “총학생회가 나서서 3자 대화(재단-노조-학생회) 요구는 못할망정”이라며 답답해 하는 상황이다.


29일 30여개 노동사회단체가 외대지부 장기파업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출범을 알리는 자리에서도, 노조와 총학생회는 팽팽하게 대립했다. 공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던 총학생회 간부들은 학교 이사를 면담하기 위해 학교로 진입하려는 공대위 관계자들의 출입을 저지하는가 하면,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에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총학생회 간부들은 특히 “학생 등록금으로 노조에 월급 주는 게 아깝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 아저씨 부추겨서 파업하는 노조 지도부는 반성하라”, “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민주노총이 학생 불편은 왜 모른 척 하나?”라며 노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노동운동 전반에 대한 보수적 인식을 드러냈다.


총학생회의 이같은 인식은 노조와 직접적인 마찰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4월에는 총학생회 간부들이 노조 농성장에 난입해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총장이 노조에 업무복귀명령서를 발송하자 총학생회가 ‘조합원 업무복귀 불응 시 학교측에 징계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파업 이후 도서관 이용 및 학사행정 불편에 대한 불만, 상대적으로 노동계에 대한 보수적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비운동권 출신 학생회라는 점 등의 요소가 중첩돼 나타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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