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가 올해 산별교섭을 마무리 짓고 24일 조인식을 갖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특히 올해 단체협약 개정안과 관련해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확보, 실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철폐, 금융부분의 사회적 책무 강화와 금융공공성 회복을 가장 큰 이슈로 삼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런 사항들을 중심으로 교섭에 대한 평가와 현재 은행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등을 정리, 연재한다. 연재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 주>

기획연재 순서
1.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금융노동자
2. 비정규직 처우개선 '화려한 시작'…'미미한 결과'
3. 과도한 노동강도 "정시에 퇴근한 지 오래"
4. 금융공공성 회복 '명분'은 내세웠지만…
5. 금융노조 산별교섭 총괄 평가



지난 24일 금융기관 노사는 명동 은행연합회관 대회의실에서 올해 임단협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 이로써 금융노조는 일년 사업 중 가장 큰 행사를 마무리 지은 셈이다.

지난 8월2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두달 가량의 기간 동안 노사는 모두 12차례 교섭회의를 열었으며 이 가운데 10차례는 양정주 금융노조 위원장 직무대행과 신동혁 은행연합회장, KB국민은행, 산업은행, 수협중앙회, 한국감정원의 노사대표자가 대표자 교섭을 통해 임금과 단협 개정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노사 대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해 금융노조 각 지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금융노조 각 지부 부위원장들에게 산별 교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무난한 교섭"

지난 1월 19일 김기준, 양병민 두 위원장 후보가 출마해 임원선거를 치뤘지만 무효표 논란으로 인해 개표가 지연됐고, 두달여가 지난 3월 4일에야 개표를 통해 김기준 후보가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의 조직 내 갈등은 선거무효소송 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지난 6월 법원은 김기준 위원장에게 직무정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내분은 산별교섭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금융노조는 지난 8월18일 지부대표자회의에서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올해 산별교섭을 치루기로 결정했다. 노와 사가 산별교섭이라는 '대전'을 치루기도 전에 노조 스스로 힘을 빼버린 셈이었다.

각 지부 부위원장 대부분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광춘 제일지부 부위원장은 "금융노조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치뤄진 교섭이었기 때문에 상당부분 위축된 면도 있었다"며 "이러한 한계가 교섭이 끝날 때까지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손호일 기업지부 부위원장도 "내부 문제로 약화된 상태에서 시작된 교섭"이라고 밝혔고, 최호걸 하나지부 부위원장도 "한계가 있는 교섭이었고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교섭이 마무리지어진 것에 대해 이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이었다'이라는 얘기를 했다. 신하섭 우리지부 부위원장은 "부족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금융노조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짧은 시간 내에 적절하게 교섭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동훈 서울지부 부위원장도 "누구나가 다 아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교섭단이 잘 극복해냈다"고 말했고, 김광춘 제일지부 부위원장도 "자칫 깨질 뻔한 산별교섭 형태의 틀을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얘기들을 종합해 봤을 때 각 지부 부위원장들의 생각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무난했다(공성용 신용보증기금 노사대책국장)"는 것으로 정리될 듯하다.

"대형 지부는 얻은 것 없어"…"기본 토대 마련 성과"

단협 개정안과 관련해서 대형 지부들은 '큰 소득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손호일 기업지부 부위원장은 "올해 합의한 내용 중 절반 가량은 이미 큰 지부에서는 지부 단협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산별노조라는 큰틀에서 통일화를 시킨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대형 지부로서는 진전된 안이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주선 신한지부 부위원장도 "근로조건과 복지수준이 다른 34개 지부가 참가한 상태에서 벌이는 협상에서 타결되는 내용은 대체로 '미니멈'일 수밖에 없고 이를 지부단협에서 다시 논의할 경우 사용자들은 더이상 추가하려고 하지 않아 교섭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지금은 은행이 초유의 수익을 내지만 과거 IMF 때 같은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냐"라며 "단기적으로 봤을 때 그런 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산별교섭을 통해 노동조건과 복지수준을 맞춰나가고 문구로 정리해나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올해 단협에 신설된 '불임휴직'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하나은행 내 서울지부 이동훈 부위원장도 "지부가 처음 요구했을 때 은행의 저항이 거세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며 "산별노조가 기본골격을 만들어 놓으면 다음부터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은행 이익 비해 임금인상률 아쉽다"

금융기관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3.8%±α의 인상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각 지부들은 조금씩 다른 의견들을 내 놓았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냈던 은행권 지부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주선 신한지부 부위원장은 "지난해 은행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고 올해 역시 수익의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3.8%는 낮은 면이 있다"고 지적을 했다. 신하섭 우리지부 부위원장도 "물가상승률이나 경제 성장률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아쉬워했으며, 김광춘 부위원장도 "초유의 수익을 내고도 임금가이드라인에 발목을 잡혀 노조가 목표한 성과(9.4%)를 얻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훈 서울지부 부위원장은 "국책기관 임금가이드라인을 은행쪽이 강하게 밀고나와 우려를 했는데 작년 수준까지 맞춘 것은 괜찮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은행지부들과 달리 국책기관지부들은 '호봉승급분 자연인상분 제외'가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공성용 신보 노사대책국장은 "올해 임금협상에서 자연인상분 제외라는 부분을 명시해주길 바랐다"며 "신보의 경우 올해 자연인상분이 2.4%정도 되는데 임금가이드라인을 지키려는 국책기관의 경우 이후 지부 보충협약에서 이 부분이 3.8%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별노조가 주도적 역할 해야"

이밖에도 올해 교섭과 관련해 몇가지 성과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강진만 수협중앙회 부위원장은 "올해 산별교섭에서 가장 큰 성과는 부점 경영평가 시 노동조합 활동을 반영키로 한 것"이라며 "이후 조합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하섭 우리은행 부위원장은 "사회복지협약이나 금융공공성 문제에 대해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라고 밝혔다.

반면 산별노조의 역할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강진만 수협중앙회 부위원장은 "대부분 합의 내용을 보면 단서조항으로 '개별지부 노사가 합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산별노조라면 지부에 위임할 게 아니라 문제를 풀어내고 쟁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김동유 자산관리공사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별체제로서는 절대 풀지 못하며 결국 산별노조가 해결해야 한다"라며 "한국노총 최대의 산별로서 위상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의 결과는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

한편 시간외수당과 관련한 보상휴가 실시에 대해 최호걸 부위원장은 "은행의 노동강도가 본질적인 문제인데 인력이 모자란 상황에서 보상휴가를 실시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운용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