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긴급 개입해 달라는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29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ILO 사무국은 28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기본협약 29호(강제노동 금지)뿐만 아니라 전공의 권리와 기본원칙을 위반했다며 개입을 요청한 서신을 접수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절차에 따라 정부가 제공한 정보를 전공의협의회에 전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한 뒤 관련 답변을 전공의협의회에 전달하겠다는 의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26명의 전공의들은 전공의협의회를 대표해 지난 13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ILO 기본협약 29호에 위반된다며 개입을 요청했다. 직후 ILO는 공문을 보내 “ILO는 개인 또는 단체의 개별신청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며 “ILO의 임무는 ILO 회원국이 비준한 국제노동협약을 감독하는 것으로, 이런 감독은 정부, 고용주 단체, 노동자단체만 참여할 수 있는 절차”라고 개입 불가를 통보했다.
전공의협의회는 내용을 보강해 15일(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각) 개입을 재차 요구했고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9일 “ILO가 정부의 의견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왔다”며 “의견조회(Intervention)가 공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한국 정부가 의료개혁 과정에서 당사자들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29호 협약(강제노동 금지)을 준수하고 있다는 내용 등을 성의있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호 협약은 협약 비준국이 가능한 조기에 모든 형태의 강제근로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29호 협약은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상황과 같은 재해나 그런 우려가 있는 경우 강요되는 노동 또는 서비스” 등을 강제노동을 허용하는 예외 규정으로 정했는데, 전공의 집단사직이 인구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지가 관건이다.

같은날 전공의협의회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유) 로고스쪽은 “대한민국 대법원은 전공의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ILO 29호 협약은 원칙적으로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단지 전쟁과 같은 극히 예외적인 사유만 허용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 가입해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강제노동 금지는 전공의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고스는 “(정부가)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전공의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힘쓰는 것은 물론, 성급하고 무리한 의료개혁을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료계와 정부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협의회가 의대정원에 반대해 집단사직을 한 데 이어 의대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이 잇따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은 지난 26일 정부가 전공의를 상대로 면허정지, 민·형사 소송을 하는 경우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의사집단이 법 위에 서겠다는 주장”이라며 “법을 위반한 것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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