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80차 임시대의원대회.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지난달 유회된 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결국 성원 부족으로 또다시 대의원대회를 유회했다. 지난달 대의원대회에 이어 총선방침을 두고 찬반 양론이 이어지며 잇따른 인원 이탈로 재적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조차 승인하지 못해 당분간 ‘공백’ 상태는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80차 임시대의원대회에는 재적 대의원 1천794명 중 1천2명이 참석해 성사됐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지난달 5일 정기대의원대회가 과반 성원 부족으로 유회되면서 차수를 변경해 열린 것이다. 당시 정기대의원대회 현장에서 5개 수정안이 잇따라 제출되고 이에 대한 찬반토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회의가 길어져 대의원 이탈 문제가 발생했다.

당초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지난달 확정하지 못한 △회계감사 선출 건 △2024년 사업계획 및 예산승인 건 △결의문 채택 건 △기타 안건을 심의·확정할 예정이었다. 회계감사 선출을 마무리한 뒤 2024년 사업계획과 예산을 승인하기에 앞서 수정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수정안 가운데 △회계공시 전면거부(재석 1천2명 중 찬성 493명으로 과반에 9명 부족) △6월 총파업 전개(1천2명 중 315명으로 187명 부족) △한반도 비핵화 견지(992명 중 280명으로 217명 부족) 3개 안건은 모두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총선방침과 관련해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수정안을 발의한 손덕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연합정당 건설·후보 단일화 등 총선에서 보수정당과 연대·연합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안을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9월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친자본 보수양당체제 타파를 위한 정치사업을 전면화하고,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총선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이 참여한 만큼 민주노총 총선방침에 따라 진보당 지지 철회를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대 의견을 밝힌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대의원 A씨는 “진보당 지지 철회하자는 것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진보당 통해 연합을 통해 윤석열 심판하고자 하는 민주노총 안팎의 사람들과 단절하자는 것”이라며 “총선 이후 윤석열에 맞선 투쟁에서 그 사람들과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성 의견을 밝힌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울산지부 대의원 B씨는 “민주노총 지지를 등에 업은 진보당은 같은 지역구에서 민주노총 지지후보(이장우 노동당 울산 동구 후보)가 아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위성정당을 함께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민주노총 지지정당인 진보당이 대놓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찬반 각각 2명씩 의견을 들은 뒤 재석의원을 확인한 결과 763명으로 재적 과반에 미치지 못해 오후 4시15분경 양경수 위원장은 대의원대회 유회를 선언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결과와 상관없이 논쟁을 매듭짓고 싶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못한 것이 현재 상황”이라며 “빠른 시간에 사업계획을 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유회 이후 “온라인 대의원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대의원대회를 다시 열어 사업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예정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후 일정과 방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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