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표·평가 토론회. <정기훈 기자>

노동시간 단축,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산별교섭 활성화 등 노동계의 주요 총선요구안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이 구체화하고 있다. 차별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모두 동의했지만 노동기본권 보장·확대와 노조활동 활성화 의제에서는 시각차가 드러났다.

한국노총 공개질의 ‘6개 정당 답변’ 분석

한국노총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표·평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각 정당에 요구한 노동사회정책 관련 공개질의 답변을 분석·평가한 결과를 공개하고, 정당 정책 담당자에게 직접 입장을 묻는 자리로 꾸며졌다. 한국노총의 총선방침을 정하기 위해 마련했다.

공개질의서에 답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녹색정의당·새로운미래·새진보연합·진보당이다. 개혁신당은 답변하지 않았고, 최근 창당한 조국혁신당에는 질의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공개질의서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등 사회연대 입법 법제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 재추진 △공적 노령연금 수급연령과 연계한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주 4일제 도입 및 장시간 압축노동 근절 △산업별·업종별 교섭과 사회적 임금체계 구축 △지역 중심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공공의료 인력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 등 7대 핵심 정책요구를 전달했다.

답변을 근거로 한국노총은 노동법, 사회정책, 노사관계·노동시장 세 가지 부문별로 각 정당의 공약을 진단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동법을,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사회정책을,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이 노사관계·노동시장 부문의 답변 분석했다.<표1 참조>

 

찬반 질문에 국민의힘 유일한 답변
“노조법 2·3조 개정 반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관련해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민주당은 2025년 내 근로기준법 전면 확대 개정안 처리를 목표로 세부 실천방안까지 제시했다. 새로운미래는 ‘일하는 사람을 위한 권리보장법’ 제정에만 동의했고, 새진보연합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에 동의하지 않았다. 녹색정의당과 진보당은 모두 동의했다. 국민의힘은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개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구체적 내용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노조법 개정 입장은 국민의힘이 유일하게 찬반입장을 명확히 밝힌 부분이다. 결론은 반대였다. 박귀천 교수는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냈고, 다만 하청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보호, 소수노조의 교섭권 보호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며 “그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 외 민주당 등 5개 야당은 노조법 개정에 찬성했다. 특히 민주당·녹색정의당·진보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과 장시간 노동 해소 의제에서도 여야 입장이 갈렸다. 민주당은 주 4일제 도입 지원, 최소휴식기간(11시간 연속휴식), 포괄임금약정 금지, 연차 확대 등이 담긴 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개원 후 발의하고 2026년 국회 통과를 목표로 당내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건강권 보호와 일·생활 양립 측면에서 근로시간 감축이 바람직하나 법정 근로시간 감축은 임금감소로 직결되고 기업의 인력확보 부담·비용 문제로 현실적이지 않다는 설명을 제시했다. 사실상 반대한다는 얘기다. 야당은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가운데, 새진보연합은 주 3일 휴식제 도입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정문주 사무처장은 “민주당은 1일 최장 노동시간 제한, 노동시간 적용제외·특례 폐지, 야간노동 규제 등에 대해 법 개정보다는 인센티브 제공 등 유도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어 (한국노총의 요구를) 명확하게 수용하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은 노동시간 감축 근로기준법 개정에 부정적이고, 건강권 보호와 일·가정 양립 등을 도모하는 방안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차원에서 도출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매우 미온적 입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노동시간 단축, 산별교섭 활성화, 정년연장
야당은 찬성, 여당은 사실상 반대

한국노총은 노동시장 차별·격차 해소의 방안 중 하나로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고, 교섭 결과의 효력을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민주당은 초기업 단위 교섭 활성화와 단협 효력 확장 추진 공약화를 약속했다. 야당 모두가 동의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교섭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 국민연금 제도에 따른 수급개시 연령은 65세다.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 법정 정년은 60세다. 한국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정년 후 연금 수급 시점까지 발생하는 소득공백을 해소할 대책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정년연장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부정하는 정당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단계적 연장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정의”
국민의힘 “차별시정제도 보완 추진”

그러면 각 정당이 핵심으로 꼽는 총선 노동공약은 무엇일까. 한국노총은 3가지를 주관식으로 꼽아 달라고 질의했다. 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 취약노동 보호, 노동안전보건 체계 확충이라고 답했다. 녹색정의당은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 원상 복구, 생애주기 노동시간단축을 제시했다. 새진보연합은 주 3일 휴식제 도입, 불안정·비정형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돌봄노동 공공성 강화를 제안했다. 진보당은 임금삭감 없는 주 4일 근무제 실현, 노조법 2·3조 개정, 최저임금 1만5천원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노동총선공약은 아직 검토 중으로 미확정”이라고 답변했다. 새로운미래도 “공약을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표2 참조>

토론회에는 각 정당 노동정책 담당자들이 나와 총선공약을 직접 소개했다. 노동정책을 구상하는 등 실무를 책임진 담당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소개하는 노동부문 총선공약을 정리하면 방법은 달라도 차별·격차 해소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동기본권 보장과 단체교섭 활성화 등 집단적 노사관계 부문에서는 여야 입장차가 드러났다.

정길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윤석열 정부는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를 부추기고 노사관계에서 힘의 균형추를 기업으로 대폭 이동시키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등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상황 속에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목표를 총선 공약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격차 해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로 조직하고, 단체교섭을 하고, 단협 효력을 확장해 노동자 스스로 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일단 간접고용 등 비정규직,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 등 각각의 사안마다 차별을 해소할 보안 방안을 만들어 입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혁태 국민의힘 수석전문위원은 “당의 공식 공약이 발표되기 전이라 한국노총 질의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었다”면서 ‘미응답’으로 표기한 사정을 해명했다. 권 수석전문위원은 ‘차별시정제도 강화’를 강조했다. 권혁태 수석전문위원은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와 관련한 여러 사안이 있지만 저희는 고용 형태에 대한 차별은 어떤 이유로든지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기존 차별시정제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입법을 올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차별시정신청 사건에서 차별의 비교 대상이 되는 정규직 동종·유사업무 범위를 확대해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달 말 노동정책을 포함한 총선공약집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국노총 15일 중앙위서 정치방침 논의
25~26일 온라인 임시대대에서 확정

야당 담당자들은 모두 한국노총 총선요구안에 동의하고, 이후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용 녹색정의당 노동정책위원은 “한국노총 7대 핵심과제는 실현방법이 다른 부분이 일부 있을 뿐 모두 녹색정의당의 총선 공약에 포함돼 있다”며 “22대 국회에서 한국노총과 함께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상화 새로운미래 정책실장은 “한국 노동운동의 중심에 있어 온 한국노총의 헌신과 노력을 존경하며 새로운미래도 노동자의 편에 서는 정치조직이 되겠다”고 밝혔다. 최승현 새진보연합 노동본부장은 “주 3일 휴식법, 주 32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면서 실질소득이 저하되지 않도록 기본소득 정책과 정부 지원 등을 병행 추진하겠다”며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와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법 제정 등 한국노총 요구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진보당 정책국장은 “한국노총이 제시한 ‘노동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정의로운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중심으로 사회 대전환을 하겠다는 진보당의 노동정책 기조와 일치한다”며 “노조가 가진 힘은 노동현장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써 노조와 진보정치는 운명공동체다”고 강조했다. 이들 외에도 이날 토론회에는 연윤정 매일노동뉴스 선임기자가 토론자로 참석해 이합집산으로 점철하는 총선 지형을 진단하고, 노동시간·저출생·양극화 등의 사회현안을 토대로 정책선거가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진보당과 대표 간담회를 열고 주요 노동현안에서 연대를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3일에는 새로운미래·민주당과 각각 오전과 오후 대표 간담회를 연다. 한국노총은 공약 분석과 대표 간담회 내용 등을 토대로 15일 정치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열어 총선 정치방침 안을 논의한다. 여기서 정리한 정치방침 안은 25~26일 온라인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가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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