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동우 동국제강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 해결촉구 지원모임이 지난해 2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고소하며 검찰에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2022년 3월21일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고 이동우씨 사고와 관련해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검찰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원청 경영책임자’는 법원 판단조차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이 형식적인 서류상 조치만으로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인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이행’ 쟁점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30일 장세욱 동국제강 대표와 김연극 전 동국제강 공동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동우씨 유족측이 지난해 2월 장 대표를 고소한 지 1년 만의 결론이다. 검찰은 고용노동부의 입건 방침에도 입건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이동우씨 사고는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하청업체인 창우이엠씨 소속 동료 2명과 함께 천장크레인에서 브레이크를 교체하던 중 작동한 크레인의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졌다. 고용노동부 조사결과, 보수작업 중 크레인의 전원이 ‘차단’되지 않았고 크레인 상부에 ‘신호수’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수 상황을 몰랐던 하청 관리감독자의 운전 신호에 크레인이 움직이며 이씨가 그대로 안전벨트에 빨려 들어갔다.

원청의 관리·감독이 일어나지 않은 정황이 뚜렷했다. 이에 사고가 ‘원청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일어났는지가 관건이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한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과 ‘이행’ 여부가 장 대표 기소 여부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시행령 4조3호는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 마련 △반기 1회 이상 점검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실시 결과를 보고받은 경우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점검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위험성평가 실시’ 이유로 ‘무혐의’

검찰은 △수급인(하청)의 위험성평가 검토와 개선 절차 마련 여부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종사자의 참여 절차 마련 여부 △재해 발생 작업에 대한 수시 위험성평가 실시 여부를 들여다봤다.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면죄부’를 줬다. ‘위험성평가 실시’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을 원청이 모두 이행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자체 사업장 위험성평가 지침을 통해 유해·위험요인 확인 방법과 위험성평가 시기·절차, 반기별 1회 점검절차 등을 상세하게 규정했다”며 “재해발생 작업에 대한 위험성평가도 매년 실시했으며 수급인의 위험성평가를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검찰은 포항공장의 크레인 위험성평가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9~2021년 매년 교체·청소·점검 등 작업별로 정기 위험성평가를 실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 사고가 발생한 2022년 6월에도 정기평가가 예정돼 있었다고 봤다. 하청에서 작업계획서와 위험성평가 서류를 받아 안전성 유무를 확인한 후 작업을 승인하는 ‘안전작업허가’와 ‘일일안전작업허가’ 제도가 운영한 사실도 뒷받침했다. 원청이 제출한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이 근거가 됐다.

반복 작업은 ‘수시 평가 생략’ 판단 ‘논란’

무엇보다 ‘수시 위험성평가 미실시’ 부분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대목은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원청은 사고가 발생한 보수작업은 정기적·주기적으로 위험성평가가 실시돼 ‘수시 평가’를 생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 고시는 주기적·반복적 작업으로서 정기평가를 실시한 기계 보수작업은 수시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검찰은 포항공장의 크레인 브레이크 교체작업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이뤄지고 정기 위험성평가가 실시된 점을 이유로 크레인 브레이크 교체작업은 ‘수시 평가’를 생략할 수 있는 작업으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원청이 하청의 위험성평가를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봤다. 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청에 지적 사항을 개선케 했다는 취지다. 또 분기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매달 안전보건협의체를 마련해 ‘안전보건 관련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4조7호)’을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 12월에는 하청노동자들이 참여한 안전협의체 회의에서 ‘작업 전 전원차단 실시’ 등을 논의한 부분 또한 청취 절차 마련의 근거로 들었다.

▲ 동국제강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 회원과 유가족들이 2022년 4월19일 오후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페럼타워 앞에서 회사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당한 배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동국제강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 산재사망사고 해결 촉구 지원모임 회원과 유가족들이 2022년 4월19일 오후 동국제강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페럼타워 앞에서 회사의 공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 정당한 배상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의무 이행 판단 배제 “수사 의지 부족”

그러나 검찰 결론에 ‘증거불충분’ 판단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업장 특성에 맞는 조치가 이뤄졌다고 해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검찰이 동국홀딩스가 제출한 ‘페이퍼’만을 두고 매우 형식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법률 규정은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를 마련했다면 그 서류를 ‘캐비닛’에 넣어 두라는 얘기가 아니라 반드시 ‘이행’하라는 뜻이다. 사후적인 서류로 결론에 끼워 맞춘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 A씨도 “영세한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위험성평가 관련 절차는 형식적으로나마 대부분 마련하고 있다”며 “그러나 절차 마련 의무가 단지 형식적인 지침을 만들기 위한 의무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실질적인 개선 조치까지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검찰 결론은 최근 법원 판결과도 배치된다. 법원은 사업주의 형식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 30대 하청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철근에 맞아 숨진 사고로 기소된 건륭건설 대표에 대해 법원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매뉴얼은 일반적인 공사현장에서 지켜야 할 매뉴얼일 뿐 이를 ‘공사현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절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동우씨 사고와 관련해선 원청이 안전작업허가 제도를 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이행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영책임자 판단 전무, 유족 “봐주기 수사”

무엇보다 ‘의무 이행’ 주체에 대한 판단이 아예 빠진 점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권영국 변호사는 “통상 범죄 구성 요건을 보면 법률 위반자가 누구인지를 명시한 다음 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불기소 처분으로 끝난 에쓰오일 사건도 마찬가지였다”며 “그런데 책임자가 장세욱 대표인지에 관해 아무런 판단도 없이 의무를 이행했다는 판단만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검찰이 ‘술수’를 부렸다고 보인다”고 질타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공학)는 “막연히 ILS(Isolation Locking System) 시스템을 적용해 개선조치를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면책하는 것은 약한 조치”라며 “위험성평가를 수립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행’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족은 검찰의 ‘대기업 봐주기’ 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동우씨 아내 권금희씨는 “남편에게 사고가 난 날은 보수작업이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도 수시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라고 검찰이 판단했다. 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방패’를 만들었다고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한 자료만으로 의무 이행이라고 보는 것은 문제”라면서도 “법 시행 이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의무 위반을 문제 삼기 어려웠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 같은 논리로 불기소 처분을 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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