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가 노조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사용자측의 업무복귀 지시로 이어지는 등 현장 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트라스·유니투스 사용자쪽
‘시정지시’ 믿고 업무복귀 요구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모비스 부품 계열사인 모트라스·유니투스는 근로시간 면제자로 활동하는 50명에 대해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지 않고 지난달 28일 업무복귀를 명령했다. 노동부의 시정지시가 근거다. 노동부는 지난해 모트라스·유니투스 고용규모를 기준으로 모트라스 8.4명, 유니투스 5.6명만 인정할 수 있다며 사용자쪽에 시정지시를 내렸다. 노동부가 인정한 근로시간 면제자 규모를 노조가 수용하지 않자 전원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두 기업은 현대모비스가 부품 협력사 노동자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설립한 곳으로, 전환 이전 근로시간면제자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모트라스 35명, 유니투스 15명이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근로시간면제 관련 규정이 있는 만큼 대화로 풀자는 입장이지만 사용자쪽이 응하지 않고 있다. 박선수 금속노조 현대모비스 광주지회장은 “단체협약으로 정한 근로시간면제를 다시 논의하기 위해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용자쪽은 근로시간면제 문제를 먼저 풀지 않으면 교섭을 할 수 없다며 수차례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노사는 근로시간면제 쟁점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30분 만에 종료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도 정부의 시정지시에 따른 갈등 한복판에 놓여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전체 근로시간 면제자 41명 중 노동부가 한도 위반으로 간주한 30명을 무급 전임자로 두고 지부가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사용자쪽에 요구했지만 사용자쪽은 부정적이다. 사용자쪽은 무급 전임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노무인력을 제공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노동부가 사용자쪽에 “불법적인 노조 원조”라며 시정을 지시한 대목도 많아 한동안 갈등이 지속할 전망이다.

국내법 효력 가진 ILO 협약
“정부, 노사관계 개입 금지”

전문가들은 애초에 정부의 근로시간면제 시정지시가 무리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제노동기구(ILO) 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위반 소지가 크다. 87호 협약은 정부당국이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을 포함한다. 이에 따르면 행정처분도 아닌 행정지시인 사용자 시정지시 정도로 노사관계에 개입해 근로시간 면제자 해제를 요구한 노동부의 행태는 협약 위반 소지가 적지 않다. ILO 협약은 국내에 비준·발효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실제 시정지시에서 제기한 근로시간면제 위반의 기준이 타당하냐는 대목이다.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개별 사업장의 시정지시서를 살펴보면 현행법상 위법이 아니거나 판례를 통해 위반이 아니라고 드러난 대목 등이 포함돼 있다”며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 없는 행정기구인 노동부가 자의적인 법 해석을 내세워 시정지시를 남발하는 것으로 그 내용적 정당성에 다툼의 여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시정지시상 내용을 근거로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부당하게 업무복귀를 지시한 것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

무엇보다 근로시간면제 상한을 정한 것 자체가 국제규범과 맞지 않는다. 박 공인노무사는 “세계 각국에서 근로시간면제는 노사의 자율에 맡기거나 법률로 정하더라도 하한선을 두는 방식”이라며 “우리나라처럼 상한을 통해 통제하는 것 역시 ILO의 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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