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병원노동자들이 집단 진료거부 중인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촉구했다.

의료노련(위원장 신승일)은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공의의) 불법행위로 현재 병원 내부에서는 온갖 난항을 겪고 있다”며 “더는 집단행동과 낭설로 환자와 병원 노동자를 방기하지 말고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이날 노동자들은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로 환자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수미 인하대병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새벽에 환자 상태가 악화해 산소치료가 필요한데도 전공의는 부재하고 당직 서던 교수도 연락이 지연되는 바람에 산소 공급을 제때 이뤄지지 않아 위급한 상황을 겪었다”며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또 다른 환자도 심장 검사 결과 동맥 관련 수술이 필요했는데 전공의 부재로 수술이 어려워 환자 본인과 가족이 모두 절망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업무를 대신 떠맡고 있는 임상전문(PA) 간호사는 불법의료 우려에 떨고 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PA 간호사는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 뒤 약물 대리처방과 치료용 바늘 삽입과 제거, 동뇨관 삽입, 의무기록 작성 같은 전공의 업무에 내몰려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선의로 업무에 임하더라도 하나하나가 모두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라 의료사고와 보복성 고발에 따른 책임 위험에 노출돼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전공의를 대신해 진료에 나선 전문의들 역시 36시간 연속 당직을 서는 등 의료현장이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럼에도 병원본부와 의사단체, 의대 등 의사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암묵적으로 전공의 집단 진료거부에 동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미영 순천향대천안병원노조 위원장(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당장 간호사가 하루만 파업해도 병원은 의료수익 우려를 쏟아내고 무노동 무임금 같은 말을 주워섬기며 불법파업이다 뭐다며 노조를 비난하는데 지금은 병원이 나서 3월 비상의료 스케쥴까지 마련하고 빈 병실에 전문의들이 쉴 수 있도록 숙소까지 차리고 있다”며 “병원 내 다른 직군이 파업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의사만을 위한 치외법권”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사 인력증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양구용 서울아산병원희망노조 위원장은 “국내 톱5 병원이라는 아산병원에서 2022년 병원 내에서 간호사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고 뒤 의사들도 의료 전달체계 문제를 지적하고 수술할 의사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며 “국민 절대다수도 의대 정원 증원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이 정원 증원을 무산시키기 위해 집단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전면 중단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의사의 윤리강령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승일 위원장은 “전공의가 작성해야 하는 것은 사직서가 아닌 환자 진료기록”이라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권, 병원의 정상 가동을 위해 전공의들은 진료거부를 중단하고 하루빨리 업무에 복귀하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