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주최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국민이 말한다’ 집담회. <정기훈 기자>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는 이미 우리 사회에 상당한 규모를 쌓았지만 여전히 특수하다는 고정관념에 시달린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들의 일을 조명하고 노동권과 기본권 현황을 비정기적으로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아이를 키우느라 돈이 드는데 노후에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으니 불안해요. 이 일을 언제까지 할지도 모르겠고…. 지금도 손목이 시큰거리거든요. 회사가 절반 내주면 부담도 줄 텐데 그렇지도 않잖아요.”

학습지 업계에서 10년을 일한 ㄱ씨는 들쑥날쑥하고 낮은 임금 월소득 때문에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게 벅차다. 몇 개월 일을 쉬었을 때 자동으로 해지된 줄 알았지만 2022년 온라인 학습지업체에서 학부모 영업상담을 시작하면서 소득이 발생하자 곧바로 납부통지서가 왔다고 한다. 납입기간이 유지된 것은 좋지만 보험료 납부는 여전한 부담이다.

보수 법정기준 없고 빈번한 사용자 수수료 변경에
소득 낮고 불안정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가입자로 보험료 부담이 큰 테두리 밖 비정형 노동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는 고정된 임금이 없고 소득도 낮은 편이지만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하는 일반노동자와 달리 국민연금 보험료 전액을 홀로 납부해야 한다. ‘지역가입’을 ‘직장가입’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비정형 노동자 소득의 특징은 불안정성이다.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 국민 공론화 집담회에서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플랫폼 노동자 소득에서 가장 큰 특징은 보수가 낮을 뿐 아니라 불안정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보수 법정기준이 없고 시장의 변동속도가 빠르며 사용자쪽 또한 약관을 개정해 보수수준을 빈번하게 변경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자기 소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5월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배달노동을 주업으로 하는 노동자의 월평균 소득은 2022년 기준 224만원 수준으로 낮다.

이런 소득을 모두 온전한 수입으로 보기도 어렵다. 임금노동자라면 사용자가 부담했을 비용들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정수기나 렌탈가전제품을 정비하는 가전방문점검 노동자는 고객을 방문하기 위해 유류비를 지급하고 서비스를 위한 휴대전화 사용료가 다달이 나가지만 기업 지원은 없다. 이런 비용을 빼면 최저임금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임창도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장은 “가정방문점검원은 월에 많게는 200~250건을, 적게는 150~200건을 처리하는데 200건 정도 처리할 때 월수입은 170만원 정도”라며 “기름값과 식비 등을 빼면 130만원 정도인데 가족과 외식 한번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워 대부분 가입을 유예한다”며 “한 달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며 더 나은 내일을 꿈꾸겠느냐”고 한탄했다.

국민연금 비정형 노동 가입 69만명 중 47만명 지역가입자

그럼에도 비정형 노동자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결코 낮지 않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대상인 18개 직종 비정형 노동자는 90만7천768명으로, 이 가운데 69만4천633명이 가입했다. 이 중 지역가입자는 47만8천432명이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납부예외가 6만3천753명, 가입대상이지만 소득 발생이 확인되지 못해 확인 뒤 납부예외자가 되거나 지역가입자로 분류될 예정인 가입자가 14만9천382명이다. 제도상 불가능함에도 사업장 가입자가 21만6천201명으로 집계된다. 이들은 비정형 노동자(특수형태 근로종사자)가 다른 사업장에서 노동자로서 근무해 가입한, 이른바 ‘투잡’ 사례다.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별다른 노후준비를 떠올리기 힘든 사정도 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69.7%가 노후 준비를 했고, 준비방법은 국민연금이 59.1%로 절반을 넘겼다. 그럼에도 비정형 노동자에게 지역 가입을 유지하는 것이 온당할까.

고용·산재보험 건당 보험료 징수 선례

노동자들은 기업의 책무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형 노동을 확산하면서 사업 운영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이익은 독식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설계가 어렵지도 않다. 구 지부장은 “보수를 비롯한 근무이력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플랫폼노동은 사회보험 운영체계 설계가 더 용이하다”며 “고용과 산재보험은 건당 보험료 징수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국민연금도 해당 모델에 기반해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국회 논의는 진행 중이다. 공론화위 활동과 별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비정형 노동자를 사업장 가입으로 전환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보험업계 등 사업장 가입 부담을 지기 싫어하는 사용자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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