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진짜 행동에 나설 줄은 몰랐다.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주축인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거부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신속하게 주요 대학병원을 필두로 전국의 전공의 1만3천명 중 6천500여명이 집단 사직하는 방법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고 나섰다. 이에 동조하며 전국의 의대생 9천여명이 휴학을 신청하고 동맹휴학을 결의했다.

의료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수술과 진료가 미뤄지고 취소된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3주 안에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큰 의료대란이 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언론은 의사들이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파업을 한다고 보도하지만, 이는 엄연히 잘못된 표현이다. 파업은 헌법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인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법률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구체화한 것이다. 파업은 그냥 노동조합이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단체교섭을 거치고 양쪽이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노동위원회라는 기관의 조정을 거쳐 시행할 수 있다.

고용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개별적 협상으로 근로조건 개선이 어려우니 국가는 법으로 노동조합이 다수 노동자의 위력을 합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한 것이다.

의사들의 이번 진료 거부는 이와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수십 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필수 의료인의 보강과 지역의료 서비스의 정상화를 꾀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 들고일어났다.

형식적으로 보면 그들은 법률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이 없다. 더욱이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내용도 국민과 시민사회로부터 그 정당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들의 진료 거부는 TV에서 묘사하듯 전공의나 인턴들이 1주에 8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업무강도 속에 고통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사용자인 병원과 교섭하는 과정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 대다수는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 행위가 향후 의사로서 누리는 기득권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 의심한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연간 2천여 명의 의대생을 증원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의사단체의 우려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례로 현재 약 3천명의 의대 정원을 기준으로 마련된 의학교육 인프라 속에서 정부의 방침대로 2천여 명의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적절한 의료인으로서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많은 이들이 우려를 보낸다. 공론장에서 양쪽의 의견을 검토하고 적정한 의대 정원 확대의 방안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하는 진료 거부라는 방식은 어떠한 경우에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업주의 업무를 방해하는 정도의 위력에 그치는 노동조합의 파업과 달리 의사의 진료 거부는 실질적으로 살인 방조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에서 노동분쟁이 벌어져 불가피하게 파업에 들어갈 때 노조 지도부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밤새워 고민한다. 우리의 행동으로 국민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방안은 무엇인지, 시민들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바라볼지 때문에.

현장의 전공의들은 의료서비스 현장에서 가장 약자인 환자를 볼모로 정부에 자신들의 힘을 정말 과시하고 있다. 생명과 건강과 직결되어 잠시라도 감수할 불편이 아니기에 그리고 지금 당장 그들을 대체할 수 없기에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시급하게 의사단체와 현 사태의 해결을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야만적인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우리 사회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업무방해 수준을 넘어 살인 방조나 다름없는 진료 거부라는 절대적 힘을 저들이 계속 휘두르게 놔둬야 할지를 말이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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