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원의 성폭력·2차 가해 사건이 불거진 공공연구노조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민주노총을 탈퇴하기 위한 조직해산을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 임원 성폭력 불거져
가해자 징계 무산, 피해자 직무정지

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연구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현 집행부가 임기를 만료하는 2024년 3월16일까지 공공운수노조·민주노총 탈퇴 안건을 대의원대회에서 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연구노조 내 전·현직 임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성폭력 사건을 조직갈등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건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직 공공연구노조 위원장 A씨는 2022년 11월 현직 사무처에 소속된 B씨에게 성행위를 묘사하는 시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시점 전후로 일방적인 호감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피해자 B씨는 현직 사무처 임원 C씨에게 상담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분리조치 같은 구체적인 조력을 받지 못했다. 현직 임원 D씨도 지난해 7월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2차 가해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7월 전직 임원 1명은 가해자로, 현직 임원 및 집행부 5명이 2차 가해자로 신고됐다. 7월 말 꾸려진 공공연구노조 진상조사위원회도 이들의 가해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하지만 공공연구노조 중앙위원회에서는 가해자 3명에 대한 징계가 무산됐다. 도리어 피해자를 비롯한 조력자들이 사무처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직무정지됐다.

공공운수노조, 성폭력 가해 6명 인정

이후 피해자와 조력자는 공공연구노조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공공운수노조에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는 성폭력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피해자 B씨가 자신에게 성희롱을 했다며 맞제소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가해자 A씨에 대해서 조합원 제명을, C씨에 대해서는 조합원 제명 및 사무처 면직을 권고했다. D씨를 비롯한 3명의 현직 임원도 조합원 제명 혹은 권한정지, 사무처 정직 같은 징계를 권고했다.

A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피해자) B씨와 이전에도 수차례 성적인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A씨가 공공운수노조에 B씨를 성희롱으로 제소한 사건은 인정되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성희롱 가해자로 제소한 사건에 대한 재심을, C씨를 비롯한 2차 가해자들은 피제소된 사건에 대한 재심을 공공운수노조에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다.

“성폭력 사건, 조직해산 직접적 이유 아냐”

공공연구노조가 공공운수노조의 조사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성폭력 피해가 접수된 뒤 사건의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하라는 내용 등을 공공연구노조에 보냈으나 공공연구노조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가해자 3명을 무죄로 결정한 지난해 11월 공공연구노조 중앙위원회 결정과 공공운수노조 조사 결과가 다르다는 이유다.

지난달 23일 열린 공공연구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2024년 3월까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나 민주노총을 탈퇴하겠다는 안건이 의결됐다. 성폭력 사건을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데 실패하자 극단적 방법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연구노조 현직 임원 D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공공연구노조가 여러 지부에서 교섭대표노조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일부 지부가 탈퇴하는 문제가 생겼다. 조직해산은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문제”라며 “성폭력 사건이 조직해산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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