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중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

겨울철 건설노동자 목숨을 위협하는 갈탄은,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콘크리트 양생작업에 사용된다. 건설노조가 질식사고 위험이 높은 갈탄의 사용금지를 촉구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동절기 건설현장에서는 갈탄이라는 석탄을 땐다. 추위에 몸을 녹이기도 하지만, 주된 용도는 타설한 콘크리트가 얼지 않고 양생해 강도를 발현하도록 여러 연료를 사용해 보온작업을 하는 것이다. 한때 등유 열풍기가 널리 쓰이기도 했지만 다시 갈탄 사용량이 늘고 있다고 현장노동자들은 증언한다. 지난겨울만큼이나 올겨울도 예년에 비해 턱없이 높은 등유 가격 때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갈탄을 사용함으로써 동절기 건설현장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0일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건설현장 겨울철 질식사고의 67%가 콘크리트 보온양생 작업 중에 발생했으며, 그 원인으로 다량의 일산화탄소 흡입을 꼽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질식 위험을 알리고,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하며, 송기마스크를 착용하는 세 가지 안전수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겨울철이면 노동부는 권고에 그치는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다. 전면 금지를 강제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관하는 노동부 정책으로 매년 건설현장에서는 갈탄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로 노동자가 죽는다.

건설노조는 2022년 12월 전국 434곳 현장의 갈탄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이 가운데 갈탄·숯탄·야자탄을 사용하고 있는 현장은 43곳으로 9.9%나 됐다. 이 수치는 그 직전 해 실태조사의 502곳 중 42곳(8.3%)보다 높아진 것이다. 실태조사에서 집계된 현장은 대개 규모가 큰 아파트단지 건설현장인데, 안전보건조치가 미비한 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이 갈탄을 사용하고 있으리라 추정 가능하다.

갈탄 등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로 ‘조용한 암살자’라고 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가 부족한 채 불완전연소가 이뤄지면 발생하는데, 갈탄은 불완전연소로 타기 쉽다. 대한석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는 탄소 함량에 따라 역청탄(탄소 50~91%), 갈탄(탄소 50% 이하), 아탄, 토탄 등으로 분류된다. 탄소 함량이 높을수록 착화점이 올라가 불을 붙이기 어렵지만, 불이 붙은 뒤에는 오래 타고 발열량이 높다. 또한 연소시 연기와 유해가스가 적게 발생한다. 반대로 탄소함량이 낮은 갈탄 등은 쉬이 불을 붙일 수 있지만, 발열량이 낮고 불이 오래 가지 못한다. 아울러 탄소 함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수분 함량이 많기에, 불완전연소가 일어나 일산화탄소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

노동부 고시 ‘화학물질 및 물리적 인자의 노출기준’에 따르면 일산화탄소 허용치는 30피피엠(ppm)이지만, 갈탄을 때는 보온양생 작업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평균 1천피피엠으로 허용치의 30배가 넘는다. 보온 효과를 높이기 위해 보온막을 쳐 놓아서 밀폐된 곳에서는 잠깐이라도 흡입하면 불과 수초 내에 쓰러져 사망할 수 있는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가득하다. 또한 빠르게 착화하기 위해 휘발성 물질이 포함된 온갖 성형탄이 많이 쓰이는데, 이 역시 유해물질을 발생시켜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해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갈탄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질식사고는 매년 발생해서 건설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어떤 연료를 쓰지 말아야 하는지, 유해물질은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한 조사가 필요한데도 노동부는 관련된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위험을 알면서도 갈탄을 사용하는 회사,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를 방관하는 정부가 건설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노동부는 조심하라고 권고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갈탄 사용 금지를 강제해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