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승진심사 과정에서 여성 직원은 충족시킬 수 없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이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23일 “2명의 여성 직원을 승진에서 차별한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정은 2022년 5월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가 도입된 후 내려진 두 번째 시정명령이다.

사건은 영업지원직 여성 승진대상자 2명이 모두 승진에서 탈락하고, 영업관리직 남성 직원 4명 중 3명이 승진하면서 발생했다. 여성노동자들은 고용상 성차별이라며 시정신청했다. 초심은 영업관리직과 영업지원직 간의 직무상 차이에 의한 승진 결정으로 합리적 차별 사유가 있다며 차별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중노위는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이라며 회사에 승진심사를 다시 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매출점유율 승진기준 삼아
전원 내근 여성노동자 ‘0점’

중노위의 판단에는 여성노동자에게 불리한 승진기준이 영향을 미쳤다. 직업 1천여명을 고용한 기계 제조·판매사 A는 영업관리직은 전원 남성으로, 영업지원직은 전원 여성으로 고용했다. 영업관리직은 직접 영업활동을 담당했고, 영업지원직은 사내에서 세무·회계 처리를 담당했다. 그런데 내근직 여성 노동자는 ‘0’일 수밖에 없는 매출점유율과 채권점유율을 2급갑 승진기준으로 사용했다. 승진에서 탈락한 2명의 여성직원은 3년간 인사평가 평균이 남성 영업관리직원과 동일하거나 높았고, 직급 체류기간도 높았다. A사의 직급체계는 ‘1급갑-1급을-2급갑-2급을-3급-4급-5급-6급’으로 1급에 가까울수록 지위가 높다.

사업주는 “입직 경로, 업무 확장성의 차이 등으로 고급관리자로 가는 역량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지만, 중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과 동일한 학력과 근속연수를 가진 이들도 2급갑(직급)으로 승진한 바 있고, 2급갑 남성 직원 중 관리자가 아닌 자가 많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2급갑 이상 고위직 남성 96.7% 차지

구조적 성차별은 2급갑 이상의 남녀비율로도 드러났다. 2022년 6월 기준 2급갑 이상의 직원 155명 중 남성은 96.7%를 차지했고, 여성은 3.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생산직을 제외한 남녀 직원의 성비가 88:12 정도임을 감안해도 유리천장이 심한 셈이다.

중노위는 “외견상 중립적인 기준을 적용해 남녀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여성이 불리한 경우 기준의 정당성을 (사업주가) 입증하지 못했기에 성차별로 인정한 사례”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2조1호는 “사업주가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해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를 차별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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