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A&D신용정보 관리직인 A씨는 올해로 임금피크 적용 4년차다. A씨의 올해 임금피크 삭감률은 70%까지 치솟는다. 2022년을 기준으로 하면 연봉이 2천58만원에 그친다. 올해 임금인상이 되면 상황이 조금 바뀌겠지만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환산한 2천472만원에 못 미치는 건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다.

A&D신용정보의 임금피크 5년간 지급률은 190%다. 5년 일해 2년치 급여도 못 받는다는 뜻이다. 낮은 지급률에 급여가 최저임금에 밑도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희망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되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양산에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무금융노조 A&D신용정보지부(지부장 고태홍)는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는 12일 선고를 내린다. 1심 선고에 앞서 쟁점을 짚어 봤다.

임금총량 1%만 늘어도 혜택?

핵심 쟁점은 임금피크 지급률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1년차의 경우(56세) 직전 해 임금의 50%가 삭감된다. 2~3년차(57~58세)는 60%, 4~5년차(59~60세) 땐 70%까지 삭감률이 치솟는다. 매년 평균 지급률로 계산하면 38%에 불과하다. 일정 순간 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낮아지는 이유다.

노조는 지급률이 터무니없이 낮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상 연령차별을 했다는 것이다.

기존 임금피크제 판례에 따르면 노조에 쉽지 않은 소송이다. 법원은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노동자의 불이익 정도를 판단한다. 다시 말해 정년연장을 감안하면 임금피크제 시행에도 더 많은 급여를 받았다고 본다.

A&D신용정보는 임금피크제 시행 당시 정년이 60세로 연장됐다. 지난 5월 KB신용정보의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한 하급심 사례가 있지만 이 사건과 다른 지점이 있다. KB신용정보의 경우 정년은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한 반면 임금피크제는 55세부터 적용하면서 성과를 연동해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총액이 오히려 적어질 수 있었다.

임금총량 기준 자체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고측 김하경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기존 판례에 따르면 임금총량이 단 1%만 늘어도 추가적 혜택”이라며 “정년연장 이후의 임금도 공짜가 아닌 노동에 대한 대가다. 기계적으로 임금총량의 증감만 평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퇴직 뒤 계약직 전환하면 더 큰 보상

임금피크제 도입 배경도 주요 쟁점이다. 사측은 경영악화를 주장한다.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 6개 회사 기준 2010년 이후 하위 3등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그 원인으로 높은 인건비율을 꼽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재무구조가 건전했다고 반박한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인 2016년 자본금의 두 배 이상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현재까지도 매년 이익잉여금을 누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출이 안정적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측이 희망퇴직자에게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해 이율배반적 행동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사측은 2021년 말 기준 희망퇴직자에게 기준연봉 190%를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임금피크 노동자가 5년간 일해 받은 돈과 같다. 2022년 말엔 희망퇴직 후 계약직으로 재고용된 경우 190% 일시금에 2년간 부장급여 100%와 복리후생비에 더해 추가 정년연장을 가능하게 했다. 이때 지급률은 최소 290%에서 최대 440%까지 발생한다.

고태홍 지부장은 “노조가 임금피크 지급률 350%를 제안했지만 사측은 거부했다”며 “터무니없는 임금피크 지급률로 퇴사를 유도하고 퇴직자들을 계약직으로 재고용해 비슷한 업무를 시키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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