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15년 정부 주도로 임금피크제를 일괄 도입한 공공기관들의 제도 운용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이후 고용을 보장하는 형태도 없지 않았으나 대부분 정년까지 임금을 삭감하되 개별직무를 맡기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직무개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고, 현업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아 세대별 갈등의 주요 요인이 된다는 주장이다. <매일노동뉴스>는 3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기 공공기관위원회가 작성한 10개 공공기관의 임금피크제 운용실태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대법원은 26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임금피크제(성과연급제) 관련 소송에서 노동자 손을 들어주며 임금피크제 운용에 대한 일반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노동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적정한 대상조치 마련 여부 △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재원의 본래 목적 사용 여부를 제시했다.

10곳 중 직무개발 8곳, 상·하위 직군 차이 두기도

공공기관 10곳 가운데 직무를 개발하거나 직군을 분할한 곳은 8곳이다. 그렇지만 기관 내에서도 직급에 따라 운용이 달랐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A기관은 일반직 가운데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을 별도직군으로 편성했지만 직무에 따라 별도직군 전환을 하지 않는 직군도 있었다.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B기관은 1·2급 보직자는 기존 직무를 유지했고, 3~6급 비보직자는 희망직무를 조사해 별도직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차이를 뒀다. 이 결과 12개 별도직무를 운용 중이다. 이렇다 보니 1·2급 보직자는 임금만 삭감한 채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고 있고, 3~6급은 별도직군으로 배정돼 업무열의가 낮아진 상태로 나타났다.

또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C기관은 아예 직무를 나누지 않았다. 대신 이곳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실제 다른 벤처업체로의 이직을 돕기도 했다. 이곳은 감축한 인건비로 신규사원을 활발히 채용한 것으로 나타나 대법원이 제시한 일반 기준 가운데 제도 도입 목적 타당성과 재원의 목적 사용 여부는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임금피크 첫해 임금을 20% 삭감하고, 이듬해 이미 삭감한 임금에서 다시 25%를 삭감하고 있어 노동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는 따져 볼 여지가 있다.

5년 걸려 임금 280% 삭감, 신규채용은 글쎄

임금삭감률도 천차만별이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인 D기관은 5년에 걸쳐 임금 280%를 삭감한다. 앞선 C기관과 비교하면 삭감 정도가 크다. 공공기관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 기관은 임금조정률과 직무수행 등에 대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과 비적용 대상자 간 인식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은 노동자들은 하는 일에 비해 임금삭감 폭이 지나치다고, 젊은 세대를 그렇지 않다고 여긴다는 얘기다.

시장형 공기업인 E기관은 임금피크제 적용 첫해 20%를 삭감하고, 이듬해 이미 삭감한 임금의 40%를 다시 삭감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신규채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대법원의 일반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

눈에 띄는 특징은 이런 기관들이 대부분 정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계속 고용을 보장하면서 청년들의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이른바 ‘세대상생형 제도’로 소개됐던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제도도입 이전에 이미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올리고 나서 제도를 도입해서 정년연장의 함의가 많이 희석됐다”며 “개별기관의 임금피크제 운용 실태를 조사하면서 동시에 지금 시점에 필요한 정년과 관련한 논의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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