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과 노사공포럼 주최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대토론회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국노동연구원과 노사공포럼 주최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사회적 대화 대토론회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퇴행과 노조 탄압·배제는 10대 뉴스 순위권 바깥에서도 주요 키워드였다.

‘시럽급여’ 논란이 20표로 14위에 올랐다. 정부·여당은 지난 7월 고용보험기금 고갈,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실업급여 하한액 삭감 또는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시럽급여’ ‘샤넬 선글라스’ 등 조롱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단시간 노동자가 받는 실업급여를 대폭 축소했다. 여론의 반발이 크자 취약한 단시간 근로자 실업급여부터 손질하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이 공동 19위(16표)다. 화물연대를 노조가 아닌 사업자단체로 본 것인데 ‘특수고용 노조 옥죄기’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위원회 곳곳에서 양대 노총이 배제되고 있는 점도 21위(15표)로 뒤를 따랐다.

사회적 대화 복귀·이주노동자 규모 확대 공동 11위

‘유혈진압’ 사태로 사회적 대화를 중단했던 한국노총의 전격 복귀가 공동 11위(25표)를 차지했다. 한국노총은 6월7일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의 폭력·유혈진압으로 드러난 정권의 반노동 정책에 반발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면 불참을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복귀를 선언하면서 사회적 대화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노사정 대표자가 5개월 만에 대화 테이블에 앉았지만 의제 조율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재선과 지난달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연임이 각각 19표를 받아 공동 15위에 올랐다. 김동명 위원장-류기섭 사무총장 후보조는 지난 1월 52.4% 지지를 받았고, 양경수 위원장-이태환 수석부위원장-고미경 사무총장 후보조는 지난달 56.6%를 얻어 당선됐다.

이주노동자 규모 확대도 공동 11위에 올랐다. 정부는 내년 이주노동자 고용허가 규모를 16만5천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 대책으로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년도 노동부 예산에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은 전액 삭감되면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공급에만 집중한 채 정착 지원이나 노동환경 개선은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도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

올해에도 일터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스러져갔다. SPC·DL그룹에서 반복된 중대재해와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국회 산재 청문회가 19표를 받아 공동 15위다. 지난 8월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숨졌다. 지난해 10월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혼합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10개월 만에 유사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8월 부산 연제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DL이앤씨 20대 하청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7곳 건설현장에서 8명이 숨진 ‘최다 중대재해 사업장’이기도 하다. DL그룹 이해욱 회장과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지난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에 출석해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했다.

의미 있는 진전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을 폐지(23표·13위)해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173만명을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 포함시켰다. 법원에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뿐만 아니라 정년연장형도 무효라는 판단(17표·18위)이 잇따라 나왔다. 대법원이 ‘노란봉투법’ 닮은꼴인 현대자동차 파업 손배 소송을 파기환송하면서 노동자 배상책임을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100억원대 손배 소송에 대해서도 배상금을 감액했다. 이들 대법원 판결이 16표로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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