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인 ‘타다’ 운전기사들이 해고 4년여 만에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은 1심 판결을 2심이 다시 뒤집었다. 플랫폼 기업에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더욱 넓혔다는 평가다.

2심 “쏘카 지휘·감독, 보수도 근로 대가”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김대웅·김상철·배상원)는 21일 쏘카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근로자성’을 2심은 넉넉히 인정했다. 타다 운전기사가 스스로 업무내용을 정하지 못했고, 노무 제공 과정에서 쏘카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참가인(타다 기사)의 업무 내용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운영자가 앱 등을 통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정해졌고, 참가인이 그러한 틀을 벗어나 자신의 업무 내용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참가인은 노무 제공 과정에서 앱 등을 통해 업무 수행방식·근태관리·복장·고객 응대·근무실적 평가 등 업무 관련 사항 대부분에 관해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타다 기사가 스스로 정할 권한이 없었다고 봤다. 사측이 부인했던 ‘전속성’ 역시 재판부는 “참가인이 프리랜서 드라이버로서 근무하는 동안 겸업했던 사실은 있으나, 겸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근로기준법상 단기간 근로자에게도 흔히 나타나는 특성이므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타다 기사의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이 있다고 명시했다.

1심 “사적 계약관계” 규정, 타다 기사 패소

‘타다 운전기사’의 해고는 플랫폼 종사자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사건이다. 타다 기사인 A씨는 2019년 6월 대리운전업체와 ‘대리운전 중개계약’을 체결한 뒤 이듬해 1월 인력파견업체와 ‘타다 운전원 위탁계약’을 맺었다. 타다 서비스는 타다 운영사인 ‘VCNC’가 모회사인 쏘카 소유의 차량을 이용해 기사들을 공급받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VCNC 대표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타다 베이직 서비스 운영이 어렵게 되자 2020년 3월 앱을 통해 서비스 중단을 공지했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그러나 중노위가 초심 판정을 취소하자 쏘카는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 1심 결론에 시선이 쏠렸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올해 7월8일 플랫폼 종사자를 ‘사적 계약관계’로 규정하며 쏘카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쏘카와 기사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관계를 부정하면서 운전 여부는 ‘이용자 호출’에 따라 결정돼 쏘카가 직접 업무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봤다.

타다 기사 “택시와 유사해, 2심 판결 기뻐”

그러나 2심에서 판단이 뒤집히며 판결이 확정될 경우 업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선고와 함께 2심에서 계류 중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타다 기사 25명이 서울동부지법에 쏘카를 상대로 낸 2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도 행정소송 2심 판결이 일정 부분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타다 기사 A씨는 이날 선고 직후 취재진에 “1심에서 증거를 충분히 제시했는데도 패소해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판결이 뒤집혀 기쁘다”며 “타다 기사들은 노동자로 일했다. 택시 운송사업과 비슷하게 운행했기에 쏘카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 받아들여진 듯하다”고 말했다. 노동계도 환영했다. 한국노총은 “쏘카가 기사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음에도 단지 ‘계약상’ 권리 유무로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은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판결이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려 했던 플랫폼 업체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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