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희원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7. 8. 선고 2020구합70229, 2021구합62683 판결)

1. 사안의 개요

가. ‘타다’의 사업 구조

자동차렌트업, 카셰어링(car-sharing) 등 사업을 영위하는 원고(주식회사 쏘카)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사업’을 수행하고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운영사인 브이씨엔씨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고, 2018년 10월8일 ‘타다 서비스’를 개시했다. 타다 서비스는 브이씨엔씨가 개발해 운영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타다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가입한 회원이 호출하면 원고가 소유하는 11인승 승합차(‘타다 차량’)를 기사(‘타다 드라이버’)로 하여금 운전하게 해 고객을 승차하도록 한 후, 고객이 지정한 위치까지 운전하여 고객을 하차시켜 주는 ‘기사 포함 차량 대여 서비스’다.

원고는 타다 드라이버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파견업체로부터 파견을 받거나, 협력업체를 통하여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공급받는 형식으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전체 드라이버 중 파견 드라이버는 약 1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프리랜서 드라이버들이었다. 원고 회사는 협력업체가 소개 또는 공급하는 드라이버를 타다 서비스에 투입해 운전 업무를 시킬 것을 약정하는 취지의 ‘임차인 알선 및 운전용역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나. 피고보조참가인들(타다 드라이버)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

신규 타다 드라이버는 브이씨엔씨가 제작한 교육 가이드 자료를 바탕으로 교육을 받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투입됐다. 위 교육 가이드 자료에는 타다 앱 사용 방법, 주행 전 체크리스트, 드라이버 에티켓(타다 드라이버 필수 서비스 멘트 등), 운행 중 특수 상황별 대처 방법, 복장 가이드 등이 포함돼 있었다.

교육을 받은 프리랜서 타다 드라이버는 타다 앱을 통해 배차 결과를 확인한 후, 차고지를 방문해 자신에게 배정된 차량에 탑승하고, 타다 드라이버 앱에서 ‘출근하기’ 버튼을 누른 후 운행을 시작했다. 타다 앱에 표시되는 대기장소로 이동해 대기해야 했고, 이용자의 호출(콜)이 오면 이를 수락해 해당 이용자에게 운전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정해진 운행 종료시각에 맞춰 차량을 차고지에 반납하고 타다 드라이버용 앱에서 ‘퇴근하기’ 버튼을 눌러 당일 운행을 종료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시간당 급여를 지급받았는데, 시급 액수를 협력업체가 자의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협력업체는 정해진 방식대로 산정된 운전용역대금을 받아, 이를 개별 드라이버들에게 분배하는 역할만을 수행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앱에 공지된 대로 업무수행시 복장의 제한을 받았으며(여름 복장 가이드), 업무수행 성과(고객이 부여하는 별점, 운행건수, 운행거리, 출근일수, 미수락 및 배차취소 건수, 대기지역 이탈 건수 등에 따라 평가됨)에 따라 추가 금원을 지급받는 ‘드라이버 레벨제’를 적용받았다.

브이씨엔씨는 매월 타다 드라이버의 ‘거짓 출근’(근무시작 시간에 차고지 아닌 곳에서 출근 버튼을 누른 후 업무를 늦게 시작하는 것) 및 ‘늦게 시작’이 의심되는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정리해 협력업체에 전달하며, 협력업체로 하여금 해당 사례에 대한 사유 확인 및 대상 드라이버에 대한 교육 등을 진행한 후 이를 통보하도록 했다. 또한 협력업체에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배차거부(계약해지)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복장·응대지침과 같은 근무규정을 위반하거나, 콜을 미수락하는 등의 사유로 실적이 미달될 경우가 적발됐을 때의 조치사항이 포함돼 있었다. 위와 같은 사유가 누적될 경우 드라이버들은 ‘계약해지’까지 될 수 있었다.

다.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의 경위

중앙노동위원회는 참가인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고는 참가인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한 사용자에 해당하며, 참가인에 대한 ‘인원 감축 통보’(2020구합70229) 및 ‘배차중단 통보’(2021구합62683)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정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법원은 참가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봐 이를 취소했다. 원고와 참가인 간의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원고가 협력업체의 드라이버 모집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가 참가인의 업무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볼 수 없고, 참가인이 원고가 정한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을 적용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해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참가인들이 원고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의 문제점

(1) 대상판결은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을 참가인들의 근로자성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즉, 원고가 협력업체를 통하지 않고 타다 드라이버를 지휘·감독할 “계약상 권리”가 존재하지 않고, 드라이버들 역시 원고의 지휘·감독에 복종할 “계약상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자와 사용자 간에 형식적인 계약이 체결돼 있는지 여부를 근로자성 판단의 요소로 삼은 것으로, 이는 근로자성 인정기준에 관한 대법원 판례 법리에 정면으로 반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고용관계 권고’(2006)를 통해 “고용관계의 존부 결정은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계약이나 다른 형태의 법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노동의 수행, 근로자의 보수에 관련한 사실에 의해야 한다”며 ‘사실 우선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타다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타다 드라이버의 업무수행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드라이버들을 지휘·감독할 “계약상” 권리가 있었는지 혹은 드라이버들이 원고의 지휘·감독에 따를 “계약상” 의무가 있었는지 여부를 근로자성 판단의 요소로 고려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2) 대상판결은 원고 등이 각종 지침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타다 앱을 통해 타다 드라이버의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이를 사실상 강제한 사실을 인정하고도, 이를 단순히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사업 구조’로 보고,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는 삼지 않았다. 원고 등이 타다 드라이버에 대한 조치(경고, 대면교육, 계약해지 등) 기준이 기재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하고도, 그러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 것은 단지 ‘서비스 표준화의 필요성과 협력업체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협력업체에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것을 강제한 사실은 없다’는 원고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나아가 참가인들에게 지급된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고도, 원고가 운행시간에 비례해 기본 수수료를 지급한 이유는 서비스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이었으므로 근로자성 인정의 요소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기도 했다.

대상판결은 원고와의 관계에서 타다 드라이버의 사용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사실관계들을 애써 모두 외면해 버리고, ‘사업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사업구조였다’고 하며 가장 자영인 양산을 통한 사용자의 책임 회피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용종속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사실관계들이 존재함을 인정하고도, 그러한 사실관계가 초래된 ‘사업상의 원인’을 굳이 고려해 참가인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것이다.

(3) 타다 드라이버들과 같은 위장 자영인의 사용종속성 판단에 있어 이들의 독립사업자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 즉, 이들 타다 드라이버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에 앞서, 이들이 독자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이익과 손실에 대한 독자적 기회가 존재했는지, 독립적 사업수행에 필요한 도구나 시설을 실제 직접 소유 또는 관리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검토해야 했다.

대상판결은 타다 드라이버들이 타다 앱을 통하지 않고서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도 없고, 스스로 승객을 선택할 수도, 심지어는 대기장소를 임의로 선택할 수도 없다는 점에는 전혀 주목하지 않았다. 단지 이들이 ‘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이 독립사업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버렸다.

4. 나가며

대상판결문 말미에는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 등을 이유로 들며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을 통해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동구조의 변화와 사용자의 책임 회피 의도 강화가 맞물려 양산된 ‘가장(假裝) 자영인’을 노동관계법으로 보호할 필요성을 외면하고 문제 해결책을 기약 없는 입법론의 영역으로 미뤄 버린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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