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내년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2일)을 넘겼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로 예산안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뇌물사건 수사를 위한 특검법 등 ‘쌍특검’을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치 정국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비공식 협상에서 여야는 예산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내 소위원회, 이른바 ‘소소위’에서 여야 예결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차관이 합의 중이다. 이미 일부 예산안은 심사를 마쳤고, 시각차가 큰 예산안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현재 소소위로 넘어가 아직까지 논의 중인 고용노동부 소관 예산안의 주요 쟁점을 짚어 봤다. 여야는 청년취업 관련 예산, 고용평등상담실과 외국인력상담센터의 정부 직접운영 예산을 두고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

합의점 찾지 못한 청년 취업 관련 예산

3일 본지가 입수한 예산안등조정소위 심사자료에 따르면 여야 대립각이 가장 큰 곳은 청년 취업 관련 예산이다. 정부의 청년취업지원 및 일경험 지원 예산 2천382억1천300만원을 두고 민주당은 전액 삭감안을, 정부는 통과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고양시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해 청년 일경험 사업과 관련해 “꼭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대립은 정부의 청년 취업 정책을 민주당이 반대하며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는 청년 취업 정책을 민관협력 방식으로 바꾸겠다며 예산을 전폭 늘렸다. 일경험 지원사업은 청년이 기업을 탐방해 직무체험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인턴으로 일하는 경험을 제공해 취업을 촉진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진 사업이다. 올해 1천262억9천300만원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민주당은 단기성 체험 위주 사업이고, 청년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전액 감액안을 냈다. 짧으면 1개월, 최대 4개월간 직무체험, 프로젝트, 인턴 경험은 청년 일자리 해결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10월 발간한 ‘2024년 고용노동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성과평과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목표인원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예산 삭감 의견을 냈다. 올해 8월 기준 인턴형 일경험 유형의 경우 7천700명 목표인원 중 2천448명(31.8%)만 달성했다.

일경험 지원사업이 특정 지역에만 편중돼 운영된다는 문제도 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사업 80%가 수도권과 경상권에서 시행됐다. 기업탐방을 한 청년(전체 7천67명) 중 52.7%(3천724명)가 수도권에, 26.3%(1천857명)가 경상권에 몰렸다. 프로젝트 수행이나 인턴 경험도 전체 4천20명 중 61.1%(2천456명)가 수도권에, 22.3%(897명)가 경상권에 있다.

민주당은 청년취업 문제 대책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전 정부의 대표적 청년취업 정책으로 방향성을 되돌리라는 주장이다. 내일채움공제는 청년이 2년간 4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각각 400만원씩을 적립해 청년에게 8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현 정부가 공제 대상을 50명 미만의 제조업·건설업종 중소기업으로 축소한 뒤로 참여율이 13%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전액 삭감’ 고용평등상담실·외국인력상담센터
정부 이관 준비 전제로 현행 유지 합의할까

고용평등상담실과 외국인력상담센터 관련 예산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민간위탁 대신 사업을 직접 수행하겠다는 정부와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직접운영이 사업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야당이 대립하고 있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내 성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를 상담·지원한다. 외국인력상담센터는 이주노동자와 고용사업주 고충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정부는 고용평등상담지원센터는 지방고용노동청·대표지청 8곳에서 담당자 1명을 채용해 직접 수행하고, 외국인력상담센터의 이주노동자 상담 기능은 전국 62개 지방노동관서에, 교육 훈련기능은 산업인력공단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고용평등상담 지원 예산으로 5억5천100만원, 고용평등상담실 운영 예산으로 12억1천500만원을 편성했다. 이주노동자 고용관리 예산에 외국인노동자 상담기능 수행예산 17억6천700만원, 산업인력공단운영 지원 예산에 외국인근로자 교육훈련 수행예산 8억5천900만원을 각각 편성했다.

정부안대로라면 민간이 운영 중인 고용평등상담실 19곳이 모두 폐지되고, 전국에 9개 거점센터와 35개 소지역센터가 있는 외국인력상담센터도 사라지게 된다. 야당은 갑작스러운 폐지로 전문성이 사라지고, 업무 외 시간에 상담할 수밖에 없는 이주노동자에게 정시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관서는 제대로 상담을 제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현행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부안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여야는 우선 현행대로 지원하되, 시간을 들여 민간의 운영 노하우를 정부로 이관하는 방식으로 합의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야 의원들은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 지원 예산 71억800만원 증액안을 연계해 논의하는 상황이다.

경사노위 운영 예산 감액?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복귀로 복원 예상

다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 예산은 정부안대로 복원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초 민주당은 사회적대화 관련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기에 예산을 깎아야 한다며 2억3천900만원 감액안을 내밀었지만, 한국노총이 지난달 사회적 대화에 복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반대 명분이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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