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유보통합’이다. 찬반논란이 있는 가운데 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
▲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장

지난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약속했던 공약이 유보통합이었다.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우리 아이들이 처음 받는 교육부터 차별을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첫 단추인 정부조직법 개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유보통합의 첫 단계로 정부조직법부터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던 야당은 교육부에 “부처 통합을 한 후엔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대안을 가져오라”면서 사실상 지연 작전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연구를 맡은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 소속 연구원은 정부의 유보통합 추진 방향을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유보통합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유·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들은 ‘유아’를 교육하는 게 아니라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만 교육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찾아가 “정부가 유보통합 재정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정부조직을 통합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에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측은 하나같이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에 조건부로 찬성하겠다는 것, 구체적인 대안을 가져오라는 것, 다른 대책을 먼저 수립하라는 것은 모두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것이 맞다. 그 조건들이 바로 지난 30년 간 유보통합 반대측이 내세웠던 핑계들이었다.

우리는 모두 기억한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교육감들이 선거 때 했던 약속들을. 유보통합을 약속하면서 부처 통합부터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던 공약 자료, 연구기관 보고서, 토론회, 언론기사들이 넘쳐 난다.

10월5일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이 주축이 되는 ‘유아학교연대’ 발족식 이후 국회 앞에는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반대한다” “유아교육의 미래는 없다” “유보통합으로 교육을 망치지 마라”는 문구에는 전교조·교사노조 외에도 ‘대한민국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전국 학부모 일동’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동은 정체불명의 무책임한 표현이다. 입장을 표명할 땐 학부모 일동이 아니라 단체명을 기재하는 것이 옳다.

유보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는 영유아의 교육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행복을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는 평등하게 존중받으며 행복한 영유아기를 보장받고 있는가? 국가는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공무원은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이를 위해 국회는 행정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감시하고 견인해야 한다. 교육부가 제대로 못할 것 같아서 부처 통합을 반대할 게 아니라 부처 통합을 한 후 제대로 하도록 법안을 만들고 채찍질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모든 정책을 준비한 뒤에 행정부서를 일원화하라는 것은 제도개혁 과정을 거꾸로 역행하는 것이다. 행정부서가 먼저 만들어지고 이 조직이 당사자인 영유아와 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산하기관과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제대로 된 체계다.

유보통합을 반대하는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의 모습은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현직 의사들과 다를 게 없다. 국회는 기득권자들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유아 중심이 아닌 어른들의 이익을 중시했던 결과가 오늘날 저출생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30년의 과오가 초래한 ‘저출생’의 교훈을 깨닫지 못한다면 ‘유아교육의 미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학생이 없으면 교사도 기관도 없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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