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 보육 관리체계를 통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유보통합’이다. 찬반논란이 있는 가운데 유보통합범국민연대가 유보통합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

▲ 송대헌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자문
▲ 송대헌 참교육을위한 전국학부모회 자문

내가 활동했던 초기 전교조에는 다양한 직종의 교사들이 함께 활동했으며, 서로 지원 투쟁을 해 왔다. 유치원·초등·중등의 구별을 넘어서, 보건·특수·영양 같은 소수 비교과 교사들까지 서로 도우며 활동했다.

그중에서 항상 가장 아팠던 손가락은 사립유치원 교사들이다. 다른 공·사립 교사들과 달리 제대로 된 보수도 없었고, 휴가나 휴직도 없었다. 수시로 해고되는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방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었으므로, 당연히 통제력 역시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영유아 돌봄은 가정의 경제력으로 민간시설에 아이들을 맡기는 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더구나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에서는 일관된 정책조차 없었으므로, 열악한 교육환경과 비참한 교사 처우가 지난 30년간 계속됐다. 그러나 유치원 교사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은 잦은 패배 속에서도 작은 승리를 쟁취했다. 퇴직금을 받아 내고, 부당해고 교사를 복직시켰다. 나 역시 지역의 유치원연합회장과 치열하게 담판했던 적도 있다.

전교조가 합법화되면서 공립유치원 교사들이 대거 조합에 가입하기 시작했고, 상대적으로 사립 유치원 조합원들의 수는 적어졌다. 그럼에도 합법적인 단체교섭을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신분보장과 처우에 대한 단체교섭안이 항상 제출됐다. 공립유치원 조합원들이 사립유치원 조합원과 함께 싸웠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의 교원노조에는 사립유치원 조합원의 자리가 없다. 교원노조의 개수와 조합원 수는 늘었으나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립유치원 교사들을 조합원으로 받아주는 노동조합이 없다. 슬프고 답답하다. 연대의 기풍을 찾기 힘들다.

한편 지난 30년간 끊임없이 유보통합을 요구했다. 30년 전 전교조와 참교육학부모회가 함께 유보통합을 요구했던 이유는 교사와 학생의 교권·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다. 대한민국헌법 31조1항이 선언하고 있는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편의에 따라 각기 다른 예산, 서로 다른 제도로 아이들을 기를 것이 아니라 한 부처가 책임을 지고 우리 아이들을 담당하라는 요구다.

30년 만에 이제 겨우 보건복지부의 권한을 교육부로 넘기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유보통합의 첫 단계는 ‘격차 해소’다. 나뉘어 있던 시설을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 상향시키는 일이다. 학급당 원아수부터 시작해서 교사들의 처우까지 살피는 일이다. 교사와 영유아를 살리는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반대하는 교사단체들은 유보통합에 재정이 많이 들어 교육재정이 ‘파탄’ 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정이 많이 든다’는 말은 거꾸로 공립유치원의 15만 유아와 1만5천 공립교사들에 비해서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있는 150만 영유아와 30만 보육교사들의 처지가 처참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 사립유치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 중 과반이 5년 미만 경력이다. 대한민국 노동 현장 중에서 최악의 근무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대의 전통이 있다. 그래도 살 만한 공립유치원 교사들부터 초중고의 교사들이 함께 사립 보육교사들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 이들 모두 아이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우리의 동료이기 때문이다.

평택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걸었던 “같이 살자”라는 구호가 있다. 정부조직법을 반대한다면, 유보통합이 아니라면, 그 대안으로 30만 사립 보육교사들과 ‘같이 살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힌민국의 교원노조와 교원단체가 사립 보육교사들과 ‘같이 살 방법’을 제시한 것도 없고, 함께 싸운 적도 없다.

사립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들의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함께 유보통합에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 유보통합은 30년간 토론하고, 모색했던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 30년의 방치는 너무 길다. 이제 같이 살자. 그들은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료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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