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3. 11. 14. 선고 2021나108719 판결

1. 사건의 배경

달 탐사 개발사업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관 연구기관으로서 수행하던 중, 2018년 하반기부터 기술적 부문에 관한 연구 현장의 문제제기로 내부 점검평가에 이어 2019년 1월부터 외부 점검평가단의 점검이 진행됐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6월27일 ‘제8회 달 탐사 개발사업 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1~5월까지의 인건비·간접비·연구수당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 내용의 2019년 사업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로 인해 원고들을 포함한 달 탐사 개발사업 참여 연구원들은 2019년 1~5월까지(쟁점 기간) 연구수당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했고, 2020년 4월24일 대전지법에 위 연구수당 상당액에 관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본지 2021년 5월12일자 판례리뷰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수당을 임금으로 인정한 최초 판결” 참조>

이 사건 1심 판결(대전지법 2021. 4. 14. 선고 2020가단112413 판결)은 연구수당을 ‘연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근로의 대가 또는 근로의 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임금’으로 보고 원고들이 이 사건 쟁점 기간 중 연구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항우연은 연구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삭감한 과기부 추진위원회 결의 및 외부 점검평가단 수검 등의 사정은 지급의무의 면제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항우연은 2021년 4월말 항소해 약 2년6개월간 항소심 변론이 계속됐다.

2. 사건의 쟁점 및 당사자별 주장

가. 사건의 쟁점

항소심에서의 쟁점은 1심 변론의 연장선에서 ① 연구수당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갖는지 ② 그 전제로서 연구개발비 예산에 연구수당을 ‘계상할 의무’의 여부 및 그 범위 ③ 이 사건에서 연구수당 지급 근거로서 ‘국가연구개발사업(과제)’ 존재 여부 ④ 원고들이 실제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피고에게 연구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했는지로 모아진다.

나. 피고 항소 이유의 요지

피고(항우연)은 연구수당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한 연구원들에게 ‘협약’의 체결을 전제로 지급되는 보상금·장려금이므로, 협약 체결 여부 및 예산 계상 여부 등 사정에 따라 지급 여부가 좌우될 뿐 근로제공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에 연구수당을 계상할지 여부 및 그 계상의 범위는 그 근거 법규의 해석에 비추어 전적인 재량을 가지는 것이므로, 임금으로서의 고정성·정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고는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쟁점 기간의 연구수당이 계상되지 않았고 2019년 표준협약이 체결됐으므로, 연구수당을 지급할 협약상 근거도 의무도 없고, 이에 따라 연구수당 미지급은 피고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3. 항소심 판결 요지

대전지법 5-2민사부(재판장 신순영 부장판사, 주심 안영화 부장판사)는 2023년 11월14일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연구수당의 임금성 및 그 지급 의무를 각 인정하면서 항우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예비적 청구원인인 불법행위책임은 판단되지 않았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연구수당이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거 법규 및 취업규칙상 연구수당의 사용 용도가 참여 연구원의 보상금·장려금 지급을 위한 수당이므로, 이는 연구 참여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다. 2002년 ‘연구활동진흥비’로 도입된 이래 점차 계상 비율이 상향됐다가 2008년 ‘연구수당’ 비목으로 분리·신설된 점에 의해도 도입 당시부터 연구 개발 성과에 대한 연구원들의 보상을 위한 역할을 강화했고, 20년 이상 독립된 비목으로 지급되면서 사용자인 각 연구기관과 근로자(연구원)들 간 ‘임금’으로서의 인식이 확립됐다.

한편 연구수당 계상의 근거 법규인 대통령령 및 과기부 훈령상 비목별 계상기준에서는 연구수당을 인건비의 20% 범위에서 및 협약으로 정하는 범위 내에서 ‘계상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에 비추어 보면 주관연구기관으로 해금 연구개발비에 연구수당을 포함해 계상하고 협약을 체결할 의무를 지운 것이라고 해석된다.

나아가 이 사건 달 탐사 개발사업의 1~7차년도까지 연구수당은 비목별 계상 항목의 하나로서 매년 연구개발비에 계상됐으므로, 항우연 연구책임자의 계상의무 및 항우연의 계상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 사건 쟁점 기간을 제외하고 원고들은 사업 1차년도부터 매년 20%로 계상된 연구수당을 지급받았으므로 계속적·정기적 지급도 확인된다.

나. 2019년 1~5월까지 연구개발과제가 존재하고 원고들이 이를 수행했는지 여부

달 탐사 개발사업은 다년간의 계속과제로 한국연구재단은 항우연과 각 연도에 관해 ‘연차 (표준)협약’을 체결해 왔는데, 그 체결 경위와 연도별 수정 체결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위 ‘연차 협약’은 당해 연도의 협약임과 동시에 남은 연구·개발기간에 대한 다년도 협약이다.

이에 더해 이 사건 쟁점 기간 당시 비록 연차협약이 체결돼 있지 아니하더라도 외부 점검평가가 종료되지 않았고(실제 최종점검결과는 2019년 9월9일 보고) 공식적으로 연구개발 중단 조치가 없었으며, 최초 및 2017·2018년 사업계획에도 2019년의 세부 연구 과제·목표·내용이 모두 명시된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수행할 연구개발과제 역시 계속 존재했다.

또한 원고들이 수행한 외부 점검평가단의 자료요구 및 조사 대응 업무와 상시적 대정부 감사 및 자료요구 대응 업무 모두 연구·개발업무의 당연한 일환이고, 실제로 달 탐사에 필요한 연구·개발 업무도 진행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쟁점 기간 중 연구개발과제의 존재 하에 수행한 연구·개발업무에 대한 연구수당을 지급받아야 한다.

4. 항소심 판결의 의의

가. 연구수당의 임금성에 관한 통합적인 판단

항소심 판결은 근거 법규 및 규정의 내용을 종합한 후, 연구수당 비목의 신설 경과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에 근거해 연혁적인 검토를 더해 연구수당이 해당 연구개발사업(과제)에 참여한 연구원들에 대한 근로 제공의 대가임을 재확인했다.

나아가 항소심 판결은 연구수당의 계상 여부가 주관연구기관 또는 연구책임자의 임의적·재량적 판단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고, 연구수당의 근거 법규 내 비목별 계상 기준에 이를 ‘계상한다’는 문언적 해석에 근거해 연구수당을 계상하고 지급할 의무가 지워져 있음을 확인한 의의가 있다. 이는 1심 판결에서 판단되지 않은 부분이다.

연구수당의 지급의무를 도출한 근거로서 관련 법규의 취지 및 문언의 해석은 과기부뿐만 아니라 국가연구개발사업 전체에 관해서도 적용될 수 있고, 2021년 1월1일 시행·도입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또한 과기부 장관이 고시하는 연구개발비 사용기준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계상·사용해야 한다’고 의무를 명확히 부과한 바에 의하더라도 동일하게 봐야 한다.

나. 연구수당의 지급의무에 관한 노동관행 인정

항소심 판결은 임금의 인정 요건으로서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노동관행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한 후, 이 사건에서 항우연의 연구수당 지급 및 계상 비율에 관해 노동관행이 성립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 이유로 2002년 도입된 연구활동 진흥비에 이어 20년간 연구수당이 계상·지급돼 왔고, 원고들이 달 탐사 사업 전체 기간에 관해 연구수당이 지급됐으며, 이 사건 쟁점 기간에 앞서 일관되게 20%의 비율로 계상된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고 보인다.

노동관행에 관한 판시가 항우연 내 다른 국가연구개발사업 또는 기관 고유사업, 나아가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 내지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탁한 연구기관의 연구수당에 관해서도 그대로 인정 여부는 다툼이 있을 수 있다. 실제 변론 과정에서 현출된, 항우연이 연구수당을 20%의 비율로 계상하지 아니한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볼 만큼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다양한 비율의 연구수당 계상 사례가 공존하는 경우, 각 연구개발사업을 단위로 노동관행을 판단한다면 다년도 과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불리해질 수 있고, 특정 연구기관 내에서도 어떤 과제를 수행했는지에 따라 노동관행이 달라지는 부당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보인다.

향후 연구수당의 계상 비율에 관해 개별 연구기관별로 노동관행의 존부가 구체적으로 판단되더라도, 우선 동종·유사의 사업(과제) 계상 비율에 따라 관행이 인정될 필요가 있고, 기관 단위 연구수당 계상 선례에 비춰 최소한으로 유지한 비율은 노동관행이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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