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0. 4. 14. 선고 2020가단112413 판결

1. 사건 배경

가. 연구수당의 개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은 12조5항에서 연구개발비의 구성을 정하고 있고, [별표 2]로 각 비목별 계상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건비’(직접비)는 소속 기관의 급여 기준에 따른 연구기간 동안의 급여 총액(4대 보험, 퇴직급여충당금 포함)을 해당 과제 참여율에 따라 계상한다. ‘연구수당’은 소관 부처의 세부규정에 따라 사업의 특성과 연구성과 등을 고려해 인건비의 20% 범위에서 계상한다. 또한 [별표 2]는 연구수당의 ‘사용 용도’를 ‘해당 연구개발과제 수행과 관련된 연구책임자 및 참여연구원의 보상금·장려금 지급을 위한 수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무상 연구개발비 예산안을 포함한 협약을 체결할 때 실제 연구수당 액수가 계상·확정되나,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주관하는 연구개발과제는 통상적으로 인건비의 20% 한도를 채워서 계상해 왔다. 항우연은 ‘연구수당 지급 기준’을 취업규칙으로 제정해 개별 연구원의 참여율·평가등급·MP가중치를 기초로 산정된 배부율에 따라 연구수당을 연 1회 또는 2회 지급해 왔다.

나. 달 탐사 개발사업 중 연구수당 삭감 경위

달 탐사 개발사업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서 주관 연구기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협약 체결 전문기관은 한국연구재단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1차 연장) 달 탐사 궤도선 및 탑재체를 개발·운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2018년에 들어 연구 현장에서 기술적 부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자 항우연은 2018년 9월부터 독자 중간점검을 진행했다. 과기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19년 1월부터 외부 점검평가단을 구성해 같은해 9월까지 기술적 쟁점 등 사업 전반에 관해 점검을 실시했다.

위 과정에서 한국연구재단은 항우연이 2019년 연차 실적 및 계획서를 제출했음에도 이를 평가하지 않아 연차협약 체결이 지연됐다. 이에 항우연은 2019년 1~5월까지의 인건비·간접비·연구수당을 삭감한 예산안을 2019년 6월 8차 달 탐사 개발사업 추진위원회에 제출해 심의·의결받은 후 위 예산안대로 연차 협약을 체결했다.

항우연은 위 인건비 및 간접비 삭감분은 다른 예산으로 충당했으나, 연구수당 5개월분 만큼은 다른 예산으로 충당·지급하지 않고 나머지 7개월분만 2020년 1월22일 지급했다. 이에 달 탐사 개발사업단 소속인 원고들은 항우연을 상대로 위 연구수당 삭감분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 사건 쟁점 및 당사자 주장

가. 사건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 연구수당이 임금으로서 지급에 관한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지, ② 임금이 아니라면 적어도 미지급에 관한 불법행위가 성립해 항우연에게 지급의무가 있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③ 연구수당이 미계상된 2019년 1~5월의 기간 동안 달 탐사 개발사업이 중단됐고 근로제공이 없었는지, ④ 연구수당 등 삭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⑤ 추진위원회의 심의·의결로 항우연의 책임이 면제되는지 등에 관해 공방이 있었고, 이에 관해 과기부 및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사실조회가 이뤄졌다.

나. 당사자 주장

위 주요 쟁점에 관해 원고들은 ① 연구수당은 과제 참여 연구원의 보상금·장려금으로서 인건비에 연동돼 고정적으로 지급되므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고, ② 점검평가단 운용에도 불구하고 달 탐사 개발사업은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공식 중단된 바 없이 연구·개발이 진행됐으며, ③ 위 기간만 연구수당을 임의로 미계상·삭감할 법률적 근거가 전혀 없고, ④ 달 탐사 추진위원회 및 한국연구재단은 예산을 미계상하거나 삭감할 권한이 없는 한편 이를 미계상한 주체 및 책임은 결국 항우연에게 있다는 점, ⑤ 만약 임금이 아니라 하더라도 연구수당을 미지급할 이유가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 항우연은 ① 연구수당은 기본적으로 인건비와 성격이 다른 ‘수당’에 불과해 근로기준법상 임금이 아니고, ② 항우연은 하위 집행기관의 지위에서 한국연구재단과의 협약 내용에 의해 예산을 집행해 온 것에 불과하며, ③ 달 탐사 개발사업 추진위원회는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사실상 연구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판단돼 계상하지 못하도록 결정했으므로 항우연은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④ 예산 미계상·삭감에 필요한 절차인 연구업무심의위원회 대신 원장 내부보고 후 계획서를 제출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3. 판결 요지

대전지법 민사18단독(재판장 조영범 부장판사)는 올해 4월14일 선고한 1심 판결에서 원고들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항우연이 지급하는 연구수당은 과제 참여 연구원의 보상·장려금 지급을 위해 당해 과제 수행에 직접 참여하는 연구원만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금원으로, 2차년도(2017)분·3차년도(2018)분·4차년도(2019) 나머지 6~12월분도 지급됐으므로, 연구업무를 수행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근로의 대가 또는 근로의 제공과 밀접하게 관련된 임금으로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들은 4차년도(2019) 1월부터 5월까지도 연구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항우연은 연구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원고들이 연구업무를 수행한 이상 피고 항우연이 5개월분을 삭감하는 예산안을 포함한 사업 시행계획을 마련하고 추진위원회의 결의를 받은 사정, 외부 점검평가단의 최종 결과보고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지급의무를 면제하는 근거로 삼을 수 없다.

4) 피고의 ‘연구수당 지급 기준’에 따르면 평가등급·실질참여율 등을 고려해 연구수당을 계산해야 하는데, 위 기간 동안 연구책임자인 사업단장의 등급 평가가 없는 이상 중간등급인 B등급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4. 판결 의의

1)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서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그 지급에 관해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다면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34393 판결 등).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특정 연구원이 연구개발과제에 참여해 인건비가 계상되는 한 연구수당 역시 일정 범위 내에서 항상 계상될 것이고 취업규칙상 최소한의 배부율에 따라 지급될 것이므로 이는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될 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법원이 인정함으로써 기존의 임금 판단 기준을 확인하고 구체화했다고 보인다.

2) 기존에 연구개발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연구수당을 인건비와 혼합해 관리하는 등의 부적법성에 관한 판례는 존재했으나, 현행 국가연구개발사업 체계하에서의 연구수당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은 최초라고 보인다. 기존에 연구수당과 관련해 연구책임자의 독식 내지 불공정한 평가가 연구기관마다 주요 쟁점이었다면, 향후 본 판결이 확정될 경우 사실상 정액급제인 연구기관의 임금체계 개편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인다.

3) 방론으로 연구수당을 임금으로 인정한 것은 협약 변경 또는 종료가 아닌 방식의 우회적인 삭감이 위법하고, 이를 개별 연구사업 추진위원회나 주무부처에서 결코 승인해 줄 수 없으므로, 결론적으로 근로제공을 한 개별 연구근로자의 보호가 두터워진다고 볼 수 있다. 연구수당이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본 사안과 같이 이미 근로제공을 한 기간의 연구수당의 ‘소급 삭감’이 가능하므로 연구개발사업의 외압 등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고, 연구근로자의 근로제공에 대한 정당한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고 보인다.

5. 결어

피고 항우연은 올해 4월29일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국가연구개발사업 체계 및 성격에 대한 고려 없이 연구수당이 임금으로 확정되면 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분쟁 및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아무리 달나라에 관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상 임금의 판단 기준을 달리할 이유는 없다.

한편 항우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고, 주무부처의 엄격한 관리·감독하에서 인력 확충 및 인건비 인상 등에 많은 제한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는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을 공무원 처우 개선율에 준해 정하면서 기관별로 다소 다르게 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연구기관의 인사·복지·예산에 관한 독립성은 대단히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수당은 근로자 소득보전에 일정한 역할을 해 왔음에도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불인정돼 나머지 임금구조를 왜곡해 왔는 바, 본 판결은 이러한 모순에 관해 작지만 곧은 궤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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