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주최로 23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최저임금 성과와 한계 : 제도개혁을 위한 모색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전문가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한 학자들 중심으로 나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대립이 심각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사회적 갈등과 불신의 진원지가 됐다”며 힘을 실었다.

이런 발언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연 ‘최저임금 성과와 한계: 제도개혁을 위한 모색’ 토론회에서 나왔다. 노동계는 노사 없이 정부와 전문가가 ‘짬짜미’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위 제도 개악의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진짜 ‘학술행사’ 맞나
최저임금위는 개점휴업, 공익위원들은 밖에서 토론

토론회 개최 자체 논란이 됐다. 최저임금 제도개혁 논의 주체는 노·사·공이 모인 최저임금위다. 최저임금위는 지난 7월 2024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사실상 ‘개점휴업’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토론회 개최 주최인 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다. 권 교수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일 뿐아니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상생임금위원회 전문가위원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토론회에서 발제한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정민 서울대 교수(경제학)·임무송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하고 자문하는 학자들도 토론자로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 노총을 배제하고, 전문가 자문기구 권고를 토대로 노동정책을 발표하는 상황에 비춰 봤을 때 단순한 학회의 학술행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정식 장관과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까지 이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해 이러한 의심을 더 증폭시켰다.

한국노총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이번 토론회는 ‘학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가 개최해야 한다”며 “제도개선이라는 미명으로 제도개악 디딤돌로 삼으려는 이번 토론회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 심의 당시 노사가 여러 논의 주제를 제안했지만,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심의와 무관하다며 하반기 최저임금위에서 논의하자고 했다”며 “최저임금위는 개점휴업 상태인데, 공익위원이 회장으로 있는 학회에서 정작 최저임금 당사자인 노사는 빼놓고 정부와 ‘짬짜미’ 식 토론회를 개최하는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갈등 극심하니 전문가가 결정하자?

토론회에선 최저임금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였다.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갈등이 극심하다는 이유였다.

이정식 장관은 “최저임금 심의가 마치 국가차원의 임금교섭과 같아져 물건값을 흥정하듯이 소모적으로 협상해 나간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당초 취지에 따라 최저임금위 위원들 간에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 대안 제시와 설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노사 이해관계자의 대화 단절이 너무 심각하다”며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객관적·중립적·합리적인 전문가 집단의 노력과 지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호응했다.

권혁 교수는 “노사가 최저임금위에서 싸우기만 하고 진지한 토론을 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위 개편 방향으로 △전문가 중심의 독립결정체계 △국회의 정치적 결단 등을 제시했다. 임무송 교수도 “노사를 배제하자는 말이 아니”라면서도 “노사의 간접 참여 방식으로 바꾸는 게 어떤가”라고 동의했다.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지불능력과 노동자의 노동대가를 결정하는 당사자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