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 서초구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한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에서 중대재해로 기소돼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이자 전국 11번째 선고다. ‘집행유예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처벌불원” 형량 고려, 법인 벌금 5천만원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이종민 판사)은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서울 은평구 소재 건설사 ‘주식회사 제효’ 대표 이아무개(6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 법인에는 벌금 5천만원이 선고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는 이번 사건을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4건에 달한다.

법원은 검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작업자 안전을 위해 안전대 설치를 의무로 규정하고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망이라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서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특히 회사가 추락위험이 있는 곳에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로 처벌받았고, 수십 차례의 벌금형 전력이 있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해당 건설사는 안전보건공단의 추락 방호시설 부실 지적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사고 발생 4개월 전에는 안전관리자가 퇴사하자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 판사는 처벌 전력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의 잘못 인정 △위험성평가 실시 등 재발방지대책 마련 △유족과의 합의 △유족의 처벌불원 요구 등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삼았다. 현재까지 선고된 중대재해 사건에서 대부분 꼽은 ‘처벌불원’이 또다시 형량을 낮추는 데 작용했다.

사고는 도장공 A(사망 당시 65세)씨가 지난해 3월25일 오후 1시께 작업 도중 추락하며 발생했다. 서초동 복합시설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 환기구 개구부에서 문틀 페인트칠을 하던 중이었다. 안전모와 안전대 걸이가 없었던 A씨는 약 5.8미터 아래인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검찰 낮은 구형량, 기업 대표측 “항소 포기”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대표 이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법인에는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해당 공사는 66억원 규모로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았다. 검찰은 이씨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정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점검(4조3호) △재해예방 예산 편성 및 집행(4조4호) △안전보건 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및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4조5호)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4조)을 위반했다고 봤다.

이씨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인 현장소장 관리를 소홀히 해 환기구 위험이 개선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씨측은 지난 9월5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노동자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이 사고는 유독가스 측정 없이 사망하거나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어 발생한 사고와 차이가 있다”며 “개구부가 사람 상체 정도 크기라 다른 노동자들도 왜 사고가 났는지 의아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씨측은 항소를 포기한다는 입장이다. 이씨 변호인은 <매일노동뉴스>에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따라 안전보건계획을 충실히 시행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선고형량을 존중한다”며 “위험성평가나 안전점검 실시도 사고 이후 지속해서 하고,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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