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올해 1월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4월 인천 검단 자이 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서 콘크리트 강도 문제가 잇따라 제기됐는데도 부실공사를 부르는 우중타설이 횡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잇딴 건설사고에서 콘크리트 강도 미달이 원인으로 꼽혔으나 정부는 강제성 없는 시방서만 개정할 예정”이라며 “강도가 제대로 발현되지 못한 현장에서 노동자가 무리한 작업에 나서지 않도록 법제도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36.6미리 폭우에도 콘크리트 작업 강행

건설현장 콘크리트 강도를 결정하는 것은 4단계다. 우선 콘크리트 제조사에서 품질기준에 맡게 제조해야 하고, 이어 콘크리트 유통시간에 맡게 레미콘차량을 이용해 현장까지 배달해야 한다. 이후 건설현장에서 당일 날씨에 맞게 타설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거쳐 양생을 해야 한다.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강도가 부실해지기 쉽다.

전재희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재해 당시 붕괴한 37층 바닥 콘크리트 강도는 8.4MPa(메가파스칼)로 기준인 24MPa의 60%에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노조가 지난달부터 부실공사 신고를 받은 결과 콘크리트 강도에 악영향을 끼치는 우중타설이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실제 노조가 9월6일부터 운영한 부실공사119 신고센터 접수 내용 중 우중타설이 지적됐다. 기상청 관측 일강수량이 26.6미리미터였던 9월20일 동탄 파크릭스 공사현장에서 우중타설이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19일에는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공사현장에서 전날 우중타설 뒤 19일 아침 인상작업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우중타설이 있었다는 10월18일 기상청 관측 일강수량은 24.1미리미터다. 같은날 동탄 2신도시 지식산업센터 공사현장에서도 우중타설과 부적절한 콘크리트 현장 시험이 제보됐다.

우중타설시 콘크리트 강도에 치명적

우중타설은 콘크리트 강도에 치명적이다. 전 실장은 “화정동 사고 당시 사고조사위원회는 가수 행위, 즉 콘크리트 타설시 물을 부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는데 물이 많으면 자갈 같은 골재와 시멘트 반죽이 분리돼 워커빌리티(콘크리트 시공성)가 나빠지고 특정 구간에 자갈이 몰리거나 묽어져 강도가 발현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우중타설은 이런 워커빌리티를 치명적으로 낮추는 요인인 셈이다.

누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한수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콘크리트 양생 과정에서 외벽 거푸집인 갱폼을 24시간도 되지 않아 인양해 해체하면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결국 가장 많은 부실공사 형태인 누수의 원인이 된다”며 “정부와 건설업계는 이 같은 부실공사를 예방하고 사고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표준시방서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표준시방서는 콘크리트 강도 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준적용이 의무가 아니라서 시방서 개정만으로는 효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의원 “강제성 없는 시방서 개정으론 부족”

심상정 의원은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시방서 기준 준수를 의무화해 위반시 처벌조항을 포함하고, 원·하청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사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임금 등을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직접 지급제를 민간공사로 확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앞서 있었던 사고들은 사실상 대형참사 미수사건”이라며 “강제성 없는 시방서 개정이나 미수사건에 대한 영업정지 10개월 수준에 그치지 말고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에게 발언권을 주고 만성적인 불법 하도급을 근절해 안전한 건설현장을 만들고 입주자의 빼앗긴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인천 검단 자이 안단테 아파트 입주예정자였던 어광득씨가 참여해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어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뒤 대책 마련도 지지부진해 갈 곳이 없는데, 아파트 안전진단을 했더니 재건축 아파트에서도 나오기 힘들다는 D등급이 나와 충격”이라며 “건설현장에서 어떤 불법과 부실이 판을 치는지 모르고 입주할 수밖에 없는 입주예정자의 불안을 해소할 대책을 정부가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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