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 홍보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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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직자 조건’이 붙은 개인연금 회사지원금과 손해사정사 실무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식대보조비·개인연금 회사지원금·손해사정사 실무수당·명절 귀성여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개인연금 회사지원금과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귀성여비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대보조비·회사지원금·실무수당·귀성여비’ 인정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삼성화재 직원 A씨 등 179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지난 9일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1심 결론이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 소요됐다.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 소속 조합원 179명은 고정OT·식대보조비·교통비·개인연금 회사지원금·손해사정사 실무수당·귀성 여비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이를 포함해 산정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라며 2020년 11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식대보조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손해사정사 실무수당 △귀성여비는 통상임금 인정요건인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매달 전 직원에게 식대보조비 명목으로 12만원을, 전임 직원에게 회사지원금을 개인별 기준연봉에 3~5%를 곱해 지급했다. 또 손해사정 실무를 수행한 직원에게 매달 5만원을 줬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각 수당은) 소정근로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며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됐다”고 판시했다.

사측은 수당이 재직 중 직원에게만 지급돼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급여지침에는 ‘매달 15일 기준 재직자에 한해 전액 지급한다’고 기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지급실태를 보면 단순히 복리후생적·은혜적 금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예컨대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설·추석 귀성여비’ 역시 지급시기와 비율이 정해져 지급됐으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제 지급된 임금 중에서 정상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지급될 것이 확정됐다면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설·추석에 기준급(기본급+고정OT)의 100%가 규칙적으로 지급된 점을 근거로 삼았다.

“교통보조비 신청시간도 연장·야간근로시간”

‘고정OT와 교통비’는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다. 연봉계약서에는 고정OT는 월 20시간분의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수당이라고 명시됐다. 재판부는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업무 특성을 보면 피고는 평일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대가로서 고정OT 및 교통보조비를 지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통비’ 역시 출장지별 지급기준금액이 다르고, 영업활동을 못한 기간이 월 3분의 2를 초과하면 지급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실비변상적 성격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교통보조비 신청시간’을 연장·야간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실제 연장근로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신청에 따라 교통보조비를 지급해 연장근로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회사가 신청 시간을 기준으로 교통보조비를 지급했고 고정OT의 보장으로 평일 연장근로시간을 별도 산정한 내역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교통보조비 신청시간을 연장근로시간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소송에서는 ‘재직자 조건’이 붙었지만, 통상임금성이 인정돼 향후 다른 소송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삼성SDI·삼성중공업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재직자 조건이 있는 경우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미 지급한 고정OT와 교통보조비를 합한 금액과 교통보조비 신청시간의 차이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오상훈 위원장은 “3년 만에 일부승소 판결이 아쉽지만 노조의 중요한 성과”라며 “사측 대응을 살펴 소송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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