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정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52578

대법원은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피고인 금융감독원이 상고한 사안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함으로써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Ⅰ. 사실관계

원고들은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근로자들로서 연공제 근로자들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재산정한 각종 법정수당 차액 지급을 구한 사안이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관한 기초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① 피고의 2015년 1월 1일 이전 급여규정(‘개정 전 급여규정’이라 한다)은 정기상여금을 기본급 600%로 매 홀수월 1일에 각 100%씩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② ‘개정 전 급여규정’ 단서에서는 국내에서 해외로 발령(또는 해외에서 국내로 발령)받거나 인병휴직 직원의 경우 그 발령일을 기준으로 일할계산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인사관리규정에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승인받은 직원에 대해서는 소정근로시간(주 40시간)에 대한 약정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직원들 외에는 일할계산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③ 피고는 연공제 근로자 중 정기상여금 지급기준일 이전에 퇴직한 자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한 바 없다.

④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57215)은 ‘개정 전 정기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을 부정했다.

Ⅱ. 대상판결의 요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의 금액, 지급방법, 지급실태 등에 전체 임금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점을 더해 보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단순히 복리후생적·실비변상적·은혜적 성격 또는 사기진작을 위한 금원이라거나 특정 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금원으로 볼 수는 없고, 오히려 근로자 입장에서는 기본급과 마찬가지로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에 대한 기본적이고 확정적인 대가로서 당연히 수령을 기대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 퇴직일까지의 근로일수에 비례해 일할계산해 지급되어야 하는 임금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이와 달리 앞서 본 재직자 조건이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지급일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이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Ⅲ. 판례평석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다수의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이 무효인지가 다퉈지고 있다. 대상판결은 정기상여금이 어떠한 임금인지를 먼저 판단했다는 점에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과 차이가 있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직자 조건 자체를 판단하면서 그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경우 임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유·무효성을 달리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경우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기 전의 정기상여금이 실질적으로 어떠한 성격의 임금인지를 판단한 후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는 경우의 유·무효성을 판단했다.

이는 임금에 조건을 부가하는 것이 항상 무효인 것은 아니라는 전제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성과급에서의 성과조건은 성과급 임금채권을 발생시키는 조건으로, 그 조건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재직자 조건은 항상 유효한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기 전의 임금, 정기상여금의 성격이 무엇인지에 주목했고, 정기상여금은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이므로 퇴직일까지의 근로일수에 비례해 일할계산돼야 하는 임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은 많은 기업·기관에서 임금의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적게는 연 기본급의 300%에서 많게는 1천%까지 지급하는 기업·기관이 대다수다. 대상판결에서도 피고 기관은 연공제 근로자들에게 기본급의 600%를 지급했다.

또 정기상여금은 정기적으로 분할해 기본급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고정급 형태로 지급된다. 예를 들어 매 짝수달 1일에 기본급의 100%씩 지급되는 형태다. 더욱이 정기상여금을 지급받기 위해 성과급과 유사한 성과나 업적의 취득을 요구하지도 않고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받게 되므로 근로자들은 기본급과 다를 바 없는 임금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기상여금의 지급형태, 방식, 근로자들의 인식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기본급과 다를 바 없고, 이러한 점에서 기왕의 근로의 제공분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에 대해 퇴직이라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정기상여금이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이므로,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으로 인해 이미 발생한 그 몫의 임금을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 재직자 조건을 부가해 당연히 지급받아야 하는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은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43조에 위반되고,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15조에 의해 무효가 된다.

또한 대상판결에서는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으로 인해 정기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경우는 정기상여금이 선불임금이라면 채용시 1차례, 후불임금이라면 퇴직시 1차례에 불과하여 재직자 조건 부가만으로 근로기간 내내 지급받는 임금에 대해 소정 근로의 대가성을 가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는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임금은 기왕의 근로 제공과는 무관하게 지급되는 임금으로 봐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부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판결을 선고하면서, 향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변경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통상임금소송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남아 있는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에 대한 유효성 여부는 결국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기 전의 정기상여금 또는 임금의 성격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밖에 없다.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는 임금의 성격이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거나 단순히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은혜적 성격의 대가 또는 사기 진작을 위한 금원이거나 특정시점의 재직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대가인 경우 재직자 조건은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재직자 조건이 부가된 임금이 정기상여금 또는 기본급, 고정급 형태의 정기적 계속적 임금으로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이라면 재직자 조건의 부가로 인해 기왕의 근로제공분에 따른 임금을 받지 못하는 취지라면 그러한 재직자 조건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해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7조 및 임금은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43조에 위반되고,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으로서 근로기준법 15조에 의해 무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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