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는 외교부·국방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기관 공동으로 지난 10월 19~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대한민국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국가보고서 심의에 참여했다. <법무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모든 노동자의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하려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으로는 제약이 크다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9일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상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합법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최종 권고가 향후 국회 논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유엔 “모든 노동자 노동3권 온전한 행사 위해 노조법 개정 필요”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 3일 밤 10시(한국 시각) 한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한국은 1990년 4월 유엔 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뒤 규약 이행상황에 대해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고 있다. 자유권 규약위원회의 이번 심의는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이다.

위원회는 2021년 개정 노조법으로 노조가입 범위가 확대됐지만 여전히 제약이 크다며 노조법 개정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2021년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을 환영하지만 모든 공무원, 교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같은 비정형 고용형태 노동자가 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교사·공무원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에 대한 많은 제약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노동자가 노조를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 단체교섭권, 파업권을 완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노조법과 여타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러한 내용이 담겨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도 원청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고, ‘합법파업’의 범위를 넓혀 쟁의권 행사를 보장하는 내용으로 위원회 권고 취지에 부합한다. 노조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6월 본회의로 직회부됐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본회의 상정이 번번히 무산됐다. 민주당은 이달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 상정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2021년 노조법 개정으로 노조 가입 범위가 확대되는 등 결사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위원회 권고에 대해 “결사의 자유와 관련해 법원 판결에 따라 교원노조는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아 활동하고 있고, 개정 노조법 등의 시행으로 공무원 교사를 포함해 퇴직한 근로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등 노조 가입 범위가 확대됐다”며 “특수고용형태종사자도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면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는 등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 처리에 영향 미칠까

유엔 자유권위원회 권고가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노조법 개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 9일 본회의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시도할 예정인데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상태다. 여당은 초·재선 의원 모두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위원회 권고에 따라 노란봉투법 통과에 정부·여당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글로벌 스탠더드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국제기구의 권고를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며 “9일 본회의에 상정 예정인 ‘합법파업보장법’(노란봉투법) 개정에 적극 협조하라”고 밝혔다.

한편 위원회는 건설노조 탄압과 자유권 규약 22조 유보 철회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위원회는 “건설노조 사무실에 대한 수 차례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조합원에 대한 소환조사, 구속 및 징역형 등 사법적 탄압과 낙인찍기를 포함해 지난해부터 벌어진 노조활동에 대한 심각한 탄압에 관한 보고에 우려한다”며 “노조에 대한 낙인찍기, 개입, 사법적 괴롭힘이 없도록 하고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행사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권 규약 22조1항은 “모든 사람은 자기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이에 가입하는 권리를 포함해 다른 사람과의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1990년 자유권 규약에 비준했지만 지금까지 22조에 대한 입장은 유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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