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조회계 공시 요구는 노조에 부패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혐오의 대상으로 내모는 것임에도 이에 동참하기로 한 민주노총의 결정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의 노조 혐오, 어떻게 권리를 침해하나’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상임활동가의 주장이다. 그는 “노조회계 공시 요구는 노조가 마치 회계를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부패세력인 것처럼 왜곡하려는 의도”라며 “노조회계 공시를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막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수용한 민주노총의 결정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시민의 집단적 권리 전면화한 역할”

그는 이날 노동운동에 대한 다양한 탄압을 “노조혐오”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인권의 역사에서 노조의 의의는 노동자 권리를 인정해 시민의 집단적 권리를 전면화해다는 데 있다”며 “노조혐오가 확산하면 노동자 권리가 급격하게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필요한 명명”이라고 강조했다. 노조혐오가 정부나 기업이 자신의 이해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는 인식을 확대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노조혐오라는 용어를 통해 비노조 시민에게 다가가기 쉽다는 설명이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비노조 시민에게 혐오에서 벗어나 노조를 지지하라고 호소하기 쉽다”며 “비노조 시민의 지지로 노조에 가입된 사람이나 투쟁하는 노동자가 고립되지 않게 연대를 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혐오를 끊기 위한 방식으로는 소수자운동과의 공동대응을 주문했다. 명숙 상임활동가는 “노조혐오의 특징과 혐오의 작동방식은 다른 소수자혐오와 비슷하다”며 “공동대응은 단지 탄압받는 소수자집단과 연대하자는 방안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지배계급의 통치술로서 혐오정치를 막아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자도 노동자로 일한다는 점에서 노조혐오가 소수자혐오에 대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은 노동소득에 의존해 살고, 노조혐오로 인해 노동권이 후퇴하는 것은 모두의 문제”라며 “노조를 노동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기에 노조혐오가 발호하는 것이고, 노조혐오가 확산할수록 우리 사회 인권감각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동의 전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소수자 집단행동이 불편하다는 혐오 프레임

이날 참가자들은 노조혐오와 소수자혐오가 같은 맥락이라는 데 공감했다.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다른 시민에게 불편을 준다는 방식으로 혐오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다니주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획국장은 “언론과 시민들은 이 프레임 속에 혐오를 양산하고 시위의 본질에는 멀어지는 부차적 효과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한민국 3대 불법 폭력시위 단체에 민주노총과 함께 전장연을 꼽아 노조와 소수자혐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차별을 노조통제 수단으로 쓴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여성이 대다수인 사업장이지만 성별 진급 차별이 존재하고 남성관리자들은 여성노동자의 노조탈퇴를 종용하거나 여성 노조간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배제로 여성혐오와 노동혐오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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