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양대 노총이 최근 회계 결산결과를 공시하기로 결정하자 정부는 노사법치를 기반으로 한 노동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자평했다. “앞으로 노정 관계가 새롭게 대화 국면으로 진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양대 노총의 회계공시를 계기로 윤 정부 노동정책이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망했다.

회계를 공시하지 않는 노조를 조합비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소득세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은 지난 1일 시행됐다. 정부의 회계 공시 요구를 '노동탄압'으로 보고 공시를 거부하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지난 23일과 24일 한발 물러서 공시하기로 했다. 상급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가입·연맹 노조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연좌제식 압박’ 탓이다.

노정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노조의 회계투명성을 이뤄냈다고 한편으로는 볼 수 있지만 민주적인 논의 과정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가진 약점(조합비 세액공제)을 활용해 굴복시킨 것이라 ‘노동개혁 성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장기적으로 보면 현 정부가 노조의 협조를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현 정부는 노조를 이권을 추구하는 비리집단으로 생각해 회계공시를 추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수사했지만 사회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것은 없었다”며 “정부가 프레이밍을 만들려는 정책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 부소장은 “결국 정부가 일관되게 회계공시 방침을 고수해 관철하면서 노사정 신뢰관계가 굉장히 후퇴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사용자와 노동자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실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양대 노총을 적으로 돌리는 정책 방향을 고수하면서 노정 대화, 노동정책 추진을 위한 노정 공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세액공제 제외라는 치사한 수단을 동원해 강압적으로 회계공시를 밀어붙인 정부가 잘한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이번 일을 노조에 대한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다양한 조합원,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조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성희 차관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에서 열린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출범 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 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 차관은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노동계와) 대화를 더 많이 확대해 나갔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노정 관계가 새롭게 대화 국면으로 진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강예슬·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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