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영농기에 하루 최대 무게 3천킬로그램의 비료를 나르다 심근경색으로 숨진 농협 운송기사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숨진 농협 직원 A(사망 당시 60세)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1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 ‘기계적 근무시간’ 산정 지적

“영농기인 발병 1주간 업무 압박 고조”

A씨는 1984년부터 경기 화성시의 한 농협에서 운송기사로 근무했다. 고정 주간근무로 약 10~20킬로그램의 중량물을 운반하면서도 37년간 쉼 없이 일했다. 그런데 2021년 5월 새벽 집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심근경색으로 28일 만에 숨졌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적인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부지급 처분을 했다. 고용노동부 고시인 ‘뇌심혈관 질병의 업무 관련성 인정기준’이 정한 만성과로와 단기간 업무상 부담요인에 해당하지 못한 점을 근거로 삼았다.

공단을 A씨 1주 평균 업무시간을 심근경색 발병 전 4주간 49시간28분, 발병 전 12주간 43시간39분으로 파악했다. 노동부 고시의 기준인 12주간 1주 평균 60시간 근무와 1주 평균 4주간 64시간 근무에 미치지 못한다. A씨 배우자는 지난해 2월 법원으로 향했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단기간 업무부담요인’이 A씨 상태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A씨는 2021년 3~4월 하루 평균 무게 1천800~3천 킬로그램의 비료를 배송했는데, 이는 그해 1~2월 배송량보다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재판부는 “고인이 사망할 무렵은 영농기여서 업무 강도 자체가 계속 높아졌다”며 “상병 발병 전 5주 중 4주는 전과 달리 1주에 6일을 근무해 주말 중 하루는 계속해서 출근했던 점을 고려할 때 상병 발병 무렵 1주 동안은 12주 전과 달리 업무적인 압박이 고조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실제 발병 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5분으로, 이전 11주간의 업무시간인 42시간53분보다 약 21% 늘었다.

“직접 무거운 비료 짊어져, 강도 높아”

‘임금피크제’ 정신적 스트레스도 요인

나아가 만성과로와 관련한 업무부담 가중요인도 있다고 해석했다. 공단이 주말 경비업무시간은 제외한 채 근무시간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주말 근무시간을 포함하면 발병 전 ‘육체적 주간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인 업무는 고령자 등을 위해 직접 무거운 비료를 짊어지는 경우가 많아 척추와 하지의 요구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동료는 A씨가 하루에 무게 약 2~4톤의 비료 100~200포를 추가 배송한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

A씨가 2019년 1월 정규직에서 임금피크제로 전환돼 퇴직을 앞두고 있었던 부분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고인의 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고 휴일이 부족한 업무에 해당해 업무 관련성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감정의 또한 A씨 업무는 육체적 강도가 높고,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을 초과해 휴일이 부족한 업무에 해당했다는 의견을 냈다. 유족을 대리한 김용준·김위정 변호사(법무법인 마중)는 “재판에서 과로를 판단할 때 물리적인 시간만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 특성과 재해 직전 업무의 밀도가 높았다는 점을 주장했다”며 “과로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과 겹쳐 질병을 유발했다면 직무와 사망 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 태도가 재차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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