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15일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소위 산회 직후 기자들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절차가 적법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11월9일 예정된 본회의에 노조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한다는 방침이라 본회의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번 사건은 국회법 86조3항의 ‘이유 없이’ 해석에 대한 첫 헌재 판단이기도 하다. 국회법은 법제사법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해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소관 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다.

헌재 “환노위원장 본회의 부의 요구는 적법”
“법사위가 심사 지연 비합리적” 지적

헌재는 26일 정점식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전해철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먼저 쟁점인 국회법의 ‘이유 없이’ 문구는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기간을 준수하지 못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별개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60일의 기간 내에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 없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유남석·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86조4항의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다”며 “그 정당성이 국회법이 정하고 있는 본회의 내에서의 표결절차를 통해 인정됐다. 따라서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에는 국회법을 위반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오히려 법사위가 법률안 체계·자구 심사를 지연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법사위 전체회의의 기재내용에 의하면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면서 체계 자구 심사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법사위가 심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거나 심사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여당 발목잡기 그만, 개정안 통과해야”
“대통령 거부권 행사한다면 반헌법적 행태”

이를 전제로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에서 요구안 가결을 선포한 부분도 절차나 내용상 하자가 없다고 명확히 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4명의 재판관 역시 별개의견을 통해 법사위의 심사지연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한쟁의심판은 여야 갈등으로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5월24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사실상 단독으로 의결했다. 환노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을 차지한 민주당 소속 위원들과 정의당 위원이 의결해 개정안 부의를 가결·선포했다.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위원장이 단독으로 법안 삼정을 강행해 여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을 침해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다음달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과 방송법 개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고 충분한 찬반토론을 거쳐 처리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는 이날 선고 직후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등으로 발목잡기에 나설 것이 아니라 최대 민생입법인 노조법 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국회도 더 이상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처리를 주저하거나 미룰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법적인 절차로 본회의에 상정됐다는 헌재 결정과 국회의 입법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행태로서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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