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장애단체들의 연대체인 ‘동료지원가 사업폐지 대응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소희 기자>

“다 돌려놔. 원래 동료지원가 내 모습으로 사업폐지 잘리기엔 내 상처가 너무 커. 잘 들어 고용노동부 우릴 해고한다면 세상 끝까지 꼭 싸울 거야.”

대체로 분위기가 무거운 기자회견에서는 듣기 어려운 댄스 가요가 흘러나왔다. 200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 김현정이 부른 ‘멍’을 개사해 만든 노래다. 신나는 댄스 음악 뒤에 ‘투쟁’이라는 구호가 따라붙는다. 중증장애인과 발달장애인 30여명은 26일 오전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증장애인 취업지원사업 예산 복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며 가요 3곡의 가사를 바꿔 한목소리로 ‘떼창’했다.

187명의 동료지원가는 어디로

이들이 서울노동청 앞으로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가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인 동료지원가 사업 내년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187명의 중증장애인이 내년부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중증장애인인 동료지원가가 실업 상태에 있는 참여자를 상담해 취업을 지원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사업비를 받은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수행기관을 모집하고, 기관에서 동료지원가를 채용한다. 취업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중증장애인은 동료지원가 사업을 통해 월 89만원(월 60시간 활동 기준)의 임금을 받고 기관 안팎의 장애인과 소통하며 다른 장애인을 경제활동인구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부터 해당 사업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23억원을 배정한 사업비를 16억으로 낮춰 제출했고, 기획재정부는 사업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삭감 이유에 대해 노동부는 지난 6일 설명자료를 통해 “보건복지부의 지원사업과 사업이 중복되고 사업실적이 부진하다”고 밝혔다.

“동료지원가로 일하며 하고 싶은 것 너무 많아”

동료지원가 당사자들은 반발했다. 동료지원가들은 앞다퉈 이 직업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말했다.

피플퍼스트성북센터 소속의 문진희 동료지원가는 “이 세상은 비장애인만 있다고 생각해 만든 세상이어서 그간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도 어려웠지만 동료지원가로 일하면서 다른 장애인과 관계를 쌓게 됐다”며 “동료지원가가 된 지 3개월밖에 안 됐지만 앞으로 동료지원가로 살면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고 호소했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의 김현아 동료지원가는 “동료지원가 사업이 없어지면 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할 텐데 그 일을 하며 차별도 많이 받고 괴롭힘도 많이 당했다”며 “월급은 한 달에 30만원을 채 못 받아 생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문석영 동료지원가는 이날 노동부에 면담을 요청했다.

문 동료지원가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갔을 때도 여야 모든 의원들이 동료지원가 사업 폐지를 반대하며 공감했다”며 “동료들과 헤어지게 하고 갈라놓을 생각을 하는 노동부와 기재부는 반성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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