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일반연맹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투신해 사망한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노동자 박아무개씨의 동료들이 해고될 위기다.

1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선경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AJ대원㈜은 지난 5일 선경아파트 경비용역업체 선정 입찰을 공동주택정보관리시스템과 아파트 경내에 공고했다. 내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일까지 3년간 경비인원 33명을 고용하는 계약이다. 접수는 16일 오후까지로, 17일 개찰한다.

경비노동자 76명인데 33명 공고, 고용승계 어려울 듯

현재 선경아파트의 실질적인 관리는 상우시스템이 맡고 있다. AJ대원이 선경아파트 입주대표자회의와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입찰을 해 상우시스템에 하청을 줬다. 이번 경비용역계약 입찰공고는 상우시스템을 다른 곳으로 교체하겠다는 의미다. 상우시스템은 올해 1월1일부터 선경아파트 경비용역을 맡고 있다.

현재 경비노동자는 76명이다. 앞선 용역업체의 고용인력을 승계했다. 이 가운데 안아무개 관리소장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상우시스템에 고용됐다. 그러나 이번 용역 교체에서는 고용승계가 어려워 보인다. 우선 인원을 76명에서 33명으로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40명 이상 재계약이 불가능하다.

해고 대상자는 대부분 민주일반연맹 소속일 것으로 보인다. 연맹은 지난달 6일 상우시스템에 교섭을 요구했다. 상우시스템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달 9~13일 7일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이 교섭요구 당시 연맹은 조합원수를 42명으로 통보했다. 관리소장과 팀장 등을 제외한 일반 경비노동자 가운데 연맹 가입자에 해당하는 수를 해고 대상으로 꼽은 셈이다.

조합원이 아니라고 해도 해고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이들은 3개월짜리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조합원뿐 아니라 경비노동자 전체를 아예 물갈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조합원이라고 해도 고용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비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일부 경비노동자는 주민 불편을 강조했다. 이들이 주민들에게 배포한 호소문을 보면 “현재 경비원은 청소미화보조와 재활용품 분리배출 같은 업무와 방범 같은 경비업무를 병행 수행한다”며 “경비노동자 감원에 따른 입주민 안전사고와 환경관리 및 방범보안 부실, 남은 경비원의 과로 등이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관리소장 상대 명예훼손 소송 진행 중

한편 3월 박씨 투신 이후 일부 유족과 경비노동자, 그리고 안아무개 관리소장 간 갈등은 지속하고 있다. 유족이 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과 사자명예훼손은 불송치 결정 뒤 유족쪽의 이의제기로 검찰이 재검토 중이다. 수서경찰서는 유족이 문제 삼은 “(박씨가 투신한 이유로) 나는 가족관계를 본다”는 취지의 안 관리소장 발언이 공연성이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박씨의 동료 경비노동자 홍아무개씨가 안 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홍씨는 안씨가 입주민들과 함께 있는 SNS 단체대화방에서 홍씨에 대해 “문제가 된 경비원은 임무상태 결함으로 민원제기가 많았고, 관리소장에 대한 유언비어 조작 선동질을 주도적으로 한 자”라고 비방했다고 주장했다.

박씨 유족이 제기한 산재신청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박씨는 업무 중 사업장인 아파트에서 투신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점, 직장내 괴롭힘 쟁점이 있다는 점 때문에 산재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연말까지 지연할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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