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보자 제공

대치 선경아파트 용역업체와 경비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서 갑질 조항이 일부 빠졌다.<본지 7월10일자 3면 기사 “경비원 사망한 대치동 아파트, 이번엔 ‘갑질 근로계약서’ 참조>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경비소장 갑질을 호소하며 지난 3일 경비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던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 76명이 이른바 갑질 조항 2개가 빠진 계약서에 새로 서명했다.

아파트 경비용역 회사인 상우시스템과 경비원들이 지난달 29일과 30일 맺었던 근로계약서에는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의 요구가 있으면 순환배치할 수 있다는 내용, 퇴직금을 2주 이내 지급해도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입주민 마음에 들지 않는 경비노동자를 강제로 순환배치하고, 퇴직 뒤 14일 이내에 퇴직급여를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을 위반하는 내용이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본지가 이를 보도한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은 상우시스템과 소속 경비원이 체결한 근로계약서를 입수해 검토했다. 이어 상우시스템에 근로계약서상 6개 조항 중 순환배치와 퇴직금 관련 조항 2개를 삭제하라고 행정지도했고, 상우시스템은 이를 받아들였다. 강남지청 관계자는 “당장 퇴직금 체불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논란이 될 수 있고, 순환배치도 상우시스템과 소속 경비원들 간 문제이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민주일반노조 법규국장은 “순환배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필요성과 노동자가 받는 불이익을 비교해 전자가 커야 한다”며 “하지만 관리주체 및 대표회의가 요구하는거라면 사용자가 실제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상우시스템 대표이사에 “당초 근로계약서 조항이 문제없다고 했는데 왜 수정을 했냐”고 묻자,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상 문제조항이 빠졌지만 아파트 현장에서는 여전히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행위가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현수 노조 서울본부 조직부장은 “근로계약서는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조항이 없을 때도) 아파트에서는 사용자가 아닌 관리소장이 부당한 지시를 했고, (그 지시를 따른) 경비원들이 수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상우시스템이 계속 유지해 온 일부 조항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근로계약 관계는 만료일로 자동종료된다는 조항과 원청과 계약 종료·해지시 근로계약도 종료된다는 조항은 법원에서 여러차례 인정한 계약직 갱신기대권을 차단하고, 근로계약 기간이 남았을 때도 경비노동자들이 원청과의 계약해지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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