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청산을 선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면에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은 410억원뿐이다. 그래놓고 노동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 한다.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편집자주>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법률원)

참으로 치졸하다. 해고노동자들에게 손배·가압류라니. 일본 다국적기업 닛토덴코(日東電工)의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이야기다. 회사는 지난 8월 말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들의 부동산과 채권(임차보증금) 총 4억원을 가압류했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화재를 빌미로 폐업, 청산하면서 전원을 해고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여전히 노조 사무실을 점유하면서 건물 철거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철거공사 방해금지 등 가처분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화는 회피하면서 각종 법적 조치는 열심이다. 그런 정성의 10분의 1이라도 교섭에 쏟았다면, 진작에 문제는 해결됐을 터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핵심부품인 편광판(Polarizer)을 제조한다. 닛토덴코에서 원재료 필름을 수입, 검사 후 LCD 제조업체가 요구하는 다양한 규격에 맞게 절단·가공해 납품한다. 닛토덴코가 회사에 투자한 금액은 총 220억원이다. 이 작은 회사에서 2004년부터 2021년까지 18년 동안 총 7조7천10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세후 이익은 1천983억원이다. 닛토덴코가 가져간 배당금만 해도 1천734억원에 이른다. 투자금액 대비 연평균 세후수익률이 무려 50%다.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회사가 18년 동안 닛토덴코에서 매입한 원재료 금액은 5조9천279억원, 상품매입액은 1천923억원이다. 이에 더해 로열티 243억원, 통신비 32억원, 소모품비 26억원, 유형자산 매입액 117억원이 닛토덴코로 빠져나갔다. 주재원 급여 등 자잘한 비용들도 있지만 계산 편의상 모두 제외했다. 재무제표를 보면 참 알뜰하게도 빼먹었다는 느낌이다. 위 비용들과 배당금 1천734억원을 합산하면 회사를 통해 일본으로 건너간 돈은 무려 6조3천354억원에 이른다. 총 매출의 82%에 이르는 금액이 일본 대주주에게 빠져나간 것이다. 그야말로 떼돈을 벌어 갔다. 반면 같은 기간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지방소득세 포함)은 단 410억원에 불과하다.

쌍둥이 같은 회사가 또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이다. 주요 거래처와 일부 공정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동일하다. 위 회사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3년 동안 총 15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세후이익은 5천326억원, 그중 3천966억원이 배당됐다. 대부분 닛토덴코에 대한 배당금이다. 같은 기간 닛토덴코에서 9조7천337억원 상당의 원재료와 5천389억원 상당의 상품을 매입했고, 특허사용료 등 각종 비용으로 2천115억원, 유형자산 매입으로 2천224억원을 지출했다. 총 11조1천31억원이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닛토덴코는 두 회사를 통해 약 17조4천385억원을 벌어들였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 그래도 무방하다. 어떠한 제재도 없으니까. 닛토덴코와 같은 외국자본에게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호구(虎口)다. 언제까지 이러한 행태를 용인해야 할 것인가.

회사가 폐업한 2022 회계연도에, 한국니토옵티칼은 전년 대비 1천422억원 증가한 9천715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중 603억원은 판매전담법인 한국닛토덴코에 대한 매출액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노동위원회에서 위 매출이 거래처였던 LG디스플레이에 대한 매출임을 인정했다. 한국니토옵티칼에서는 화재 이후 추가채용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중국 상하이법인과 선전법인에 대한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화재 발생 전까지는 한국니토옵티칼과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함께 담당했던 물량이다. 345억원의 세후이익이 발생한 것은 덤이다. 닛토덴코 전체적으로는 1천92억엔(약 1조원)의 연결세후이익이 발생했다. 둘 다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의 이익이다. 회사가 폐업했음에도 중단된 사업은 없다. 모든 것이 한국니토옵티칼을 통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위장폐업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을 위장폐업이라 부를 수 있다는 말인가.

회사와 닛토덴코에 묻는다. 각종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사업연속성계획(BCP)은 이번 화재 시 적용됐는가. 그 사업은 현재 어디서 하고 있는가. 실질적으로 폐업했다 말할 수 있는가. 그래. 일단 폐업했다고 치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읽어 봤는가. 집단해고를 수반하는 사업장 폐업의 경우 어떤 절차로 하라고 하던가. 근로자대표, 해당 정부 당국과 협력해 부작용을 최대한 완화하라고 하지 않던가. 당신들은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지금까지 17조원을 넘게 벌어갔다. 노동자 13명 고용승계가 그렇게도 힘든 일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무엇인가.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그 해고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배·가압류를 물리는 것과 양립할 수 있는가. 교섭장에서 기다리겠다. 응답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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