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변호사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지난달 8일 SPC 계열사인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고 재해자는 치료 도중 결국 사망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고, 올해 7월 50대 근로자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고 발생 당시 재해자가 수행 중이던 작업은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아 내는 작업이었다.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서 2인1조로 작업 중이던 동료 근로자가 안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기계를 그대로 작동시켜 재해자가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이게 된 것이다.

SPC에서는 지난해 10월에도 계열사 중 하나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도중 끼임 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고용노동부에서는 SPL 끼임 사망사고와 관련해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파리크라상 본사를 비롯한 20개 계열사 총 64개 사업장 전부에 대한 산업안전·근로기준 합동 기획감독을 실시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도 계속 동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은 감독 당시에만 사업장들이 임시방편으로 대처를 하고, 이후 감독 결과에 따라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에 관한 점검·관리 및 체계구축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끼임 사고 발생 원인과 관련법 규정 내용

이번 샤니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는 ①적절한 안전장치(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 ②작업안전수칙이 미흡했던 점 ③해당 작업과 관련해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교육과 훈련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던 점 ④작업지휘자를 배치해 비상상황에 신속히 대처토록 하지 않은 점이 그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끼임 사고 예방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는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하고(38조1항1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87조(원동기·회전축 등의 위험 방지), 88조(기계의 동력차단장치), 92조(정비 등의 작업시의 운전정지 등), 121조(사출성형기 등의 방호장치)에서 방호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안전센서 설치여부가 문제가 됐다. SPC의 안전작업 표준서에는 안전센서 설치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정작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에는 안전센서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안전센서는 물체 끼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기계 운전을 멈춰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데, 회사 관계자는 리프트가 안전센서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혼합기·파쇄기 등을 ‘자율안전 확인 대상 기계’로 분류해 안전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사고가 난 리프트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고 경위나 사고가 발생한 기계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리프트가 안전인증 대상 기계 또는 자율안전 확인 대상 기계에 해당해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법 위반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업안전수칙상으로 안전센서가 없을 경우 발생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이 정해져 있어 이에 따라 작업을 수행하도록 관리했거나 △2인1조 작업시 안전한 작업방법에 관한 사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이를 작업자들이 숙지하고 있었거나 △현장에 작업지휘자를 배치해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거나 중대한 결과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사고들에 비해 산업재해에서 끼임 사고의 발생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실제로 끼임이나 협착 등의 유해·위험요인이 있는 기계 또는 설비에는 필수적으로 안전센서(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관련 법령 보완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상 SPC그룹 회장의 처벌 가능성

이번 사고로 근로자 1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SPC 계열사 주식회사 샤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다. SPC의 ‘샤니 공장 안전사고 발생 경과보고서’를 보면, 치즈케이크 안전작업 표준서상으로 회사는 안전 위협 요인 중 하나로 ‘리프트 상승·하강 중 이격부 협착’을 확인했다. 재해자는 갑작스러운 리프트 하강을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이었는데, 작업안전 수칙상으로 리프트 상승·하강 중 위험에 대비한 내용은 없었다.

작업 중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했는데도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거나 점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이 사건 발생의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샤니의 대표이사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샤니의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샤니를 계열사로 둔 SPC 그룹의 회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해석돼 책임주체에 해당될 것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지난해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와 관련해 올해 2월 경기고용노동지청은 SPL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SPC그룹 회장에게는 직접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을 단위로 경영책임자를 판단하고 있고, 경영책임자 등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다.

SPC는 식품·원료·IT·유통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계열사들을 두고 있다. 계열사들이 모두 자체 법인으로 등록돼 있고, 각 계열사마다 독립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해 조직·인력·예산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이상, 지주회사가 계열사들의 사업활동에 대해 경영 전반에 일정부분 지배·관리를 행사한다고 할지라도 계열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 지주회사의 경영책임자(그룹 회장) 등까지 중대재해처벌법상의 법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하나의 법인에 복수의 사업 부문을 두는 경우”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경영책임자 특정과 관련해 ‘하나의 법인에 두 개 이상의 사업이 있고, 각각의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있고, 각 사업 부문이 독립성을 가지고 분리돼 있어 별개의 사업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각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각자 해당 사업 부문의 경영책임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책임자의 특정에 관해 노동부는 ‘사업의 독립성’과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 설정’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지주회사측에 계열사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최근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에서 검찰이 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닌 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봐 기소한 사실이 있다. 향후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한 해당 사업장의 실질적 지배·관리주체가 누구였는지, 사업의 경영구조가 어떠했는지, 사업장의 안전·보건업무에 관해 최종적으로 점검·관리·승인하는 주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경영책임자가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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