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기 철도노조 대전기관차승무지부 조합원

“아빠! 파업이 뭐야?”

‘아이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뭐라고 해야지?’

선뜻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아 망설이다가 대충 얼버무렸다.

“출근 안 하는 거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고 뱉은 말이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이 판국에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일터에 나가지 않고 놀고먹는 아빠라니. 방문 너머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또 파업이야?”

나는 파업이 싫다. 잘살고 있는데 집회는 왜 연거푸 나오라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세상은 잘 살게 두질 않는다. 왜 또 집회는 내가 쉬는 날만 골라 하는 건지, 복도 지지리 없다. 내용도 별다르지 않다. 한쪽은 있는 회사를 쪼개 분리하자 하고, 다른 한쪽은 쪼개진 것도 합치자 한다. 둘 사이에 협의는 없다. 논쟁 속 불편한 말들에 감정은 태도가 돼 서로 마음 상하고 만다. 나와 다른 의견에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하는 성숙한 모습 따위는 이 바닥 떠난 지 오래다. 올해도 기어이 “단결 투쟁”이다.

돈이 필요하다. 철도는 운행할수록 손해만 보는 ‘만년 적자’를 벗어나야 한다. 허덕이는 경영난이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버스·지하철·철도 회사가 ‘남는 장사’하는 모습도 우습지 않은가. 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모두를 위해 요금은 낮추고 넉넉한 좌석과 다양한 노선에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고에 대한 걱정도 좀 없으면 한다. 일어난 사고는 혼선 없이 처리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면 좋겠다.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일 가지고 나뉘어 겨루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고는 필연을 거짓으로 꾸며 우연으로 다가온다. 사람만 들볶지 말고 돈을 들여 닥칠 사고를 미리 막아야 한다. 결국 이 얘기도 돈, 저 얘기도 돈, 다 돈이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할 텐데 철도는 돈 못 버는 불편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에이, 남는 장사 해야지”라고 할지 모르겠다. 쪼개고 나눠 민영화하면 돈은 더 벌 수 있는 걸까.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얻기 위해 모두 발버둥질치겠지. 나도 돈이라면 불편쯤은 쾌히 감수하고 사니까.

나는 돈 못 버는 불편을 받아들이는 세상을 꿈꾼다. ‘철도노조’도 연대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귀족노조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연대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약자를 위한 문제 해결에 동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렇듯 노동자와 회사는 동반자 의식과 존경심을 가지고 서로를 대해야 한다. 파업을 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측의 태도는 철도 파업을 연중행사로 만드는 장본인이다. 한 발씩 물러나 양보해야 한다. 누가 먼저 할 것이냐가 문제다.

‘양보는 힘이 센 쪽이 해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 입장은 듣지 않고 회사를 마음대로 하려는 사용자와 정부를 보면 보통 힘은 아닌 게 분명하다. 힘이 센 쪽이 어디냐가 또 문제다. 서로 눈치만 본다. 늘 이런 식이다.

‘파업이 뭘까?’

‘나는 왜 파업까지 하려는 걸까?’

내일 일어나면 아이들에게 다시 얘기해 줘야겠다. 파업에 대해서 말이다.

“파업은 누군가 잘못하고 있는 것을 바로잡아주는 거야.”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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