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자체 조사로 파악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운영실태를 근거로 노사관계 개입 계획을 밝혔다. 제도를 위법하게 운용한 사업장을 감독한다. 노조회계 서류 제출, 단체협약 시정지시에 이어 타임오프제를 앞세운 노조 때리기 3탄이 진행될 전망이다.

노동부 1천명 이상 사업장 480곳 조사
경사노위도 보고서 채택 못했는데, 사측만 설문

노동부는 1천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521곳 중 지난해 연말 기준 타임오프제를 적용하는 사업장 480곳의 실태조사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실태조사 개요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노동부의 이번 조사 목표는 노조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5월30일 노동부는 “노조활동에 지배·개입하거나 노조 간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둘러싼 갈등 사례가 지속(된다)”며 “제도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투명한 노사관계와 건전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실태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에도 이정식 장관은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서 근로시간면제 관련 부당노동행위 감독 계획을 밝혔다. 타임오프제로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심각하거나 노사갈등이 심화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오히려 지난해 타임오프제 관련 부당노동행위 신고는 15건으로 전년(51건)보다 크게 줄었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이해가 갈리는 사안이라 조사 시작 단계인 설문문항 작성 과정에서부터 노사 줄다리기가 매우 치열하게 진행된다. 2010년 제도 도입 후 타임오프 한도를 재설정하는 등의 사유가 명확한 경우에만 세 차례 조사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021년 10~11월 진행했다. 현장 노사 모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등을 통해 실태를 파악했는데도 설문문항이 편향적으로 설계됐다거나, 조사 과정이 불투명했다는 등의 논란이 불거져 보고서가 사실상 폐기됐다. 노사 모두 공신력 있는 조사로 보지 않았다.

노동부의 이번 조사는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사용자에게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근로시간면제자·전임자 규모, 노조운영비 지원 현황에 대해서만 파악하고서는 법정한도를 초과한 위법한 사업장이 많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이날 근로시간 면제자는 총 3천834명으로 사업장 평균 8.0명이라고 밝혔다. 제일 많은 곳은 315명으로 위법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풀타임 면제자의 월평균 급여 총액은 112여억원으로 한 명당 평균 6천376만원, 최고는 1억4천만원으로 조사됐다고 공표했다.

위법·의심 사업장 200곳 기획 근로감독 예고

위법 소지를 확인한 사업장은 근로시간 면제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추가로 제공한 사업장 80곳이다.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을 포함해 법 위반 의심 사업장 200곳을 대상으로 기획 근로감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 이정식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근로시간면제를 인정하거나 노조에 과도한 운영비를 지급하는 등의 행위는 노조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다”며 “이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 미조직 근로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근로감독 등을 통해 현장의 불법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 노사법치를 확립하고 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가 타임오프제를 앞세워 노조 때리기 행보를 이어 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가 자율로 합의한 타임오프 관련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을 하거나, 정부 지시에 따라 타임오프 한도 재논의가 이뤄지면 협상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원칙에 따르면 근로시간 면제제도나 노조전임 활동은 노사자율에 맡겨야지 개입 대상이 아니다”며 “문제없이 집행돼 온 국고지원금 등을 중단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를 옥죄는 정부야말로 노조 자주성과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행위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내고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활용해서 노조활동을 통제하겠다는 정부 속내가 명확히 드러났고 앞으로 노동부 근로감독은 노조활동 통제에 맞춰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정부가 주목할 곳은 아직도 만연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 근로기준법에서 소외된 영세사업장, 반노조 정서를 부추기는 정부에 힘입어 확산하는 부당노동행위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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